기자명 김수빈 (sb9712@skkuw.com)

항상 내 생각과 글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대학 입학 직후만 해도 이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문제 삼을 여유가 없었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시간에 휘둘렸고 걱정과 고민, 망설임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니 정돈되지 않은 생각은 정돈되지 않은 글로, 마음으로, 생활로 이어지는 꽤 심각한 문제다.

집 안에 틀어박혀 얌전한 방황을 지속하던 중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누구보다 분명하고 정확한 언어로 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면 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성대신문 수습 기자 모집 공고를 접했고 냅다 지원서를 제출했다.

수습 트레이닝 기간 동안 뵌 적도 없는 교수님께 인터뷰를 거절당하거나 날카로운 피드백을 한 보따리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웃음이 늘고 초연해졌다. 기사를 쓰며 박장대소하는 내 모습을 옆에서 본 엄마는 내가 광적으로 행복해 보인다며 축하해줬다. 그러나 즐거웠던 건 사실이다. 장황하고 산만한 나의 글이 곁가지를 잘라낸 명료한 기사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은 고통의 산야에 핀 한 떨기 꽃과 같은 감동을 줬다. 늘 무질서한 글만 써온 내겐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규격과 약속의 글은 나의 사고를 제약하기보단 더욱 단단하고 뚜렷하도록 매만져줬다.

앞으로 준정기자로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력은 하겠지만 확신은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언제나 친절히 도움을 주는 데스크, 정기자분들과 동기들, 내가 무엇에 도전하든 잘 해낼 것 같다며 북돋아 주는 친구들, 휴학을 반복하고 진로를 10번쯤 바꾸더니 남들 다 졸업할 나이에 갑자기 학보사에 들어가겠다며 통보한 딸내미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쯤 되면 내가 첫 문장에서 언급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느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나의 기사들은 아마 수많은 성대신문 동료들의 손을 거쳐 정제된 형태로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러니 생각이 흐르는 대로 마음껏 휘갈기는 글은 이 수습일기로 끝마치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