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이화 (exhwa@skkuw.com)

어쩌면 가장 솔직한 수습일기일지도 모른다. 특히 신문사에서 함께 일하는 기자들이 읽기에 더 불편한 글일지도 모르겠다. 수습 기간을 거치며 더는 기자의 꿈을 꾸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활이 시작될 즈음 ‘사회적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2학년 끝 무렵에 있었던 촛불집회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생활기록부 진로희망란을 채웠다는 안도감과 함께 진로 고민은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하겠다고 미뤄둔 채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주위 친구들이 미래를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때, 나는 ‘내 진로는 기자로 정해져 있으니까’라고 되뇌며 근거 없는 우월감에 취해있었다. 그렇다고 기자가 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시작한 건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할 무렵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6개월이 지나 성대신문에 들어갔다.

“기사가 아니라 칼럼에 더 적합한 주제인 것 같아요.” 신문사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꽤 자주 들은 피드백이다. 수습 기간이 끝나고 준정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지금에서야 비로소 ‘기자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됐다. 記者. 사실을 기록하는 자. 기자에게 기대되는 여러 사회적 역할이 있지만 그중 핵심은 단연 사실을 검증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를 꿈꿨는데 이제야 이걸 알았다니…’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참 부끄러웠다. 내게 수습 기간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상상했던 기자의 일이 실제 현장에서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나의 삶을 진지하게 톺아보고 내가 그리고픈 미래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꿔온 꿈을 3개월 만에 포기하다니 왠지 웃음이 나기도 한다. 지원서와 부서배치문건에 적었던 원대한 포부들을 떠올리면 더욱더 그렇다. 기자로서 성공한 미래를 내면화해 진지하게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던, 지금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 모습을 떠올리면 대견하기도, 신기하기도, 때로는 의아하기까지 하다. 나는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갑자기 삶의 이정표가 사라진 기분이지만 오히려 좋다. 삶의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이제껏 달려오느라 놓쳤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해보자’라는 교훈과 함께 삶의 전환점을 선물해 준 성대신문에 감사하다. 기자의 꿈을 이제는 꾸지 않지만 프레스 증 뒤에 있는 적힌 ‘저널리스트’라는 단어를 볼 때면 여전히 뭉클하다. 또 성대신문 활동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하게 됐으니, 혹시 이 글을 읽고 기사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 모든 이들에게 너무 염려할 필요 없다고 당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