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창현 (vlakd0401@skkuw.com)

수습, 학업이나 실무 따위를 배워 익힌다는 뜻이다. 닦을 수, 익힐 습 두 한자로 이어진 단어다. 동음이의어로 어수선한 사태를 바로 잡음이라는 뜻의 수습이 있다. 그 단어는 거둘 수, 주울 습 두 한자로 이어져 있다. 내 삶은 사실 뒤에 이어진 수습으로 가득 차 있다. 하고 싶은 일에는 참을성을 보이지 못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루고 나중에 얼기설기하게 수습하기 일쑤다. 당연히 대학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더 해졌다.

스스로 ‘대학에 왔으니까 놀아야지’라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살면서 놀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것에 집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은 사실 놀기만 한 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나에게 가장 실망했던 것은 열정, 승부욕과 같은 나를 이끌었던 감정들이 완전히 고갈된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적인 부분과 더불어 체력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열심히 놀지도 않았고 당연히 열심히 내 미래를 위한 것에 충실하지도 않았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지내며 하루하루를 허비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살아보겠냐는 되지도 않는 핑계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이는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던 나에게 의도치 않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 시간이 왔다. 핸드폰을 못 쓰게 되자 자연스레 상념에 잠겨 갔다. 내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학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닦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운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완전히 멀어졌던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학교로 돌아갈 때가 됐다.

학교로 돌아와서의 내 목표는 ‘전공 공부’와 ‘신문사 생활’, 크게 두 가지였다. 그래서 신문사 모집 공고가 나기 전부터 지원을 고민하기보다 단지 공고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입사 절차를 지나 수습기자가 됐다. 신문사 기자로 새로이 적응한단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재 탐색, 문건 그리고 기사 작성 모두 낯설었다. 그럼에도 그 낯섦에 적응해 나가는 내 모습이 보기 싫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나 자신을 닦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 모습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날 잠식했던 좋지 않은 습관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고, 여러모로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는 데에 서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있던 씁쓸함은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과거에 내가 어떠했든 내 자신을 가꿀 수 있게 된 나를 마주하지 않았는가. 나는 꿈꾼다, 과거의 모습에 천착해 그 모습을 수습(收拾)하기에 바쁜 내가 아니라 미래에 나를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습(修習)하는 나를 목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