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하진 (noterror0404@skkuw.com)
일러스트 ∣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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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이루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열섬 현상의 주범
쿨루프와 바람길로 도시를 시원하게

지난 7월 23일,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양궁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가 도쿄의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했다. 나흘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여름 도쿄의 기온과 유사했던 2019년 8월 17일 도쿄 일대의 지표면 온도 사진을 공개했다. 도쿄 중심부가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확연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더 더워지는 현상을 ‘열섬 현상’이라고 한다.

도시 속 동떨어진 열의 섬
열섬 현상의 원인은 도시의 특수한 환경에 있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고층 건물은 도시 내부의 대기 이동을 저해한다. 바람이 불지 못해 정체된 더운 공기는 도시의 기온을 높인다. 도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도 열섬을 형성하는 주원인이다. 열을 흡수하고 보존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흡수한 열을 적외선의 형태로 오랜 시간에 걸쳐 내보내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그 밖에도 △녹지 면적의 감소 △자동차 및 냉방기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인공열 △토양 면적 감소 등의 원인으로 도시는 열섬에 갇히게 된다.

열섬이 꼭 도시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 도시에서도 국지적으로 열섬이 발생하므로 열섬 지역을 정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측정 기술과 공식이 필요하다. 우선 대기온도를 알려주는 AWS(Automatic Weather System) 자료와 지표온도를 알려주는 인공위성영상 자료를 활용해 각 온도의 분포지도를 작성한다. 이때 인공위성영상 자료에 비해 AWS 자료의 해상도가 낮아 두 자료를 함께 분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관측되지 않은 부분을 그 주변 수치를 활용해 추정함으로써 AWS 자료의 공간 해상도를 높여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든 지도로 단순히 온도 수치만을 비교해 열섬 현상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온도 차이를 통해 열섬과 관련된 여러 수치를 얻어내는 방법도 있다.

열섬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곳을 ‘열섬 포텐셜’을 구해 가늠해볼 수도 있다. 열섬 포텐셜은 지표온도에서 대기온도를 뺀 값으로 이를 통해 지표와 대기 간의 열교환량을 산정해 열섬 현상 발생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열섬 현상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대상 지역의 평균 온도에서 주변 지역의 평균 온도를 뺀 수치인 열섬 강도가 이용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화하는 열섬 현상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여름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338명이며 그중 사망자는 20명으로 추산된다. 열섬 현상은 특히 도시에서의 폭염 피해를 확대한다.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김수봉 교수는 “인간이 만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일 혹독하게 돌아온다”라며 “폭염에 가장 취약한 것은 노약자 계층”임을 지적했다.

열섬 현상으로 인해 증가한 에너지 소비도 문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팀에서 1996년에서 2011년까지 연도별 8월 1인당 전력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열섬 현상이 발생했을 때 서울의 전력 소비량이 평균 3.6%, 최대 7.5%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 과다 소비는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폭염의 근본적 원인인 기후 변화를 가속한다.

더 나아가 에너지 소비의 결과로 오염물질이 생성되며 열섬 현상을 강화하기도 한다. 도시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공기가 상공으로 올라간다. 도시에서 내뿜는 오염물질도 함께 상승 기류를 타 대기 중에 응집하는데, 이 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자외선을 흡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광화학 스모그’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스모그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다시 도시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열섬을 탈출하기 위한 뗏목은?
이처럼 여러 폐해를 낳고 있는 열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건물 지붕재를 통해 열을 반사하는 ‘쿨루프(Cool Roof)’가 대표적이다. 쿨루프는 건물 구조체의 열 축적을 줄여 도시의 기온 상승을 억제한다. 건물 지붕이 받는 열이 전체 *냉방 부하의 14%를 차지하는 만큼 지붕재를 바꿈으로써 생길 기대 효과도 크다. 중앙대 건축학부 정민희 교수는 “쿨루프는 지붕재료 반사율과 방사율을 통해 지붕의 표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라면서도 “겨울철에는 표면의 열 축적을 막아 오히려 난방 부하 증가의 우려가 있어 우리나라처럼 난방 부하가 큰 지역에서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라고 쿨루프의 한계를 짚었다. 이와 같은 기존 쿨루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PCM(Phase Change Material) 쿨루프’다. 상변화 물질이라고도 불리는 PCM은 물질의 *상이 변화할 때 열을 흡수해 축적하는 성질을 이용해 외부 온도가 상승해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물질이다. 정 교수는 “기존 쿨루프의 겨울철 난방 부하 가중으로 인한 단점을 PCM의 단열성능 향상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정체된 대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바람길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바람길이란 교외의 산, 계곡, 하천 등에서 생성되는 찬 공기가 도시 내부에까지 돌 수 있게 만든 통로다. 바람길을 만들기 위해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바람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건물의 높이와 간격 등을 조절해야 한다. 이때 도시마다 찬 공기가 생성되는 곳, 바람의 방향과 속도, 건물의 배치 등이 다르기 때문에 공간의 특성을 파악해 바람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 과정에서는 이러한 요소 간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데이터의 군집을 형성하는 계층적 클러스터링이 사용되기도 한다. 계층적 클러스터링을 통해 바람 권역을 나눔으로써 효율적인 바람길 구상이 가능하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시는 바람길을 효과적으로 조성해 열섬을 완화한 좋은 사례다. 슈투트가르트시는 바람길 설계 과정에서 도시 내의 토지 이용 형태를 6가지로 구분해 형태마다 지표면 특성과 찬바람 생성지를 파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후분석지도를 제작하고 △건물의 높이와 간격의 규제 △나무 심기 △산지 보전 등의 정책을 시행한 결과, 시간당 1억 9000m³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는 성공을 거뒀다. 김 교수는 “슈투트가르트시는 5층 이상의 건물 건설 금지, 간격은 3m 이상 등 엄격하고 상세한 건물 규제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라면서 “반면 한국의 경우 도시계획법이 독일만큼 철저하지 않아 바람길 형성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도시를 위해서는
김 교수는 “결국 도시의 구조가 원인”이라며 “편리함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 대신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 걷기에 좋은 도시, 녹지가 많은 도시 등 도시의 구조 자체가 환경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환경과 경제·문화·사회가 하나 돼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일반 시민들도 환경 의식을 제고하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냉방 부하=외부 온도 상승 및 일사에 의한 열량 등 건물이 받는 열량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열량.
◆상=고체, 액체, 기체와 같이 어떤 물질들이 균일한 물리적 성질을 가지는 계 또는 집단을 만든 상태.
 

열섬 현상이 발생한 도쿄의 도심. ⓒNASA 지구관측소 홈페이지 캡처
열섬 현상이 발생한 도쿄의 도심. ⓒNASA 지구관측소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