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인터뷰 - 근대5종 국가대표팀 최은종 감독

최고의 군사를 가리겠다는 고대 그리스 전투에 기원해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아시아 최초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할 것

1964 도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얻은 근대5종의 최초 올림픽 기록, 37명 중 37등. 최하위를 기록했던 한국 근대5종이 2020 도쿄 올림픽 시상대 위에 올라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휘날렸다. 1964년 올림픽에 첫 발자취를 남겼던 일본 도쿄에서의 그날부터 다시 돌아온 2021년까지, 무려 57년 만의 변화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된 근대5종 국가대표팀 최은종 감독을 만났다.


근대5종은 어떤 종목인가.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을 순서대로 겨루고 종목별 기록을 합산한 총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경기다. 다른 종목과 달리 한 선수가 하루 동안 총 5가지의 세부종목에 모두 출전한다는 것이 큰 차이다. 근대5종 선수들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멀티플레이어인 셈이다. 근대5종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어떠한 경기보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세부종목이 끝날 때마다 순위 변동이 일어나므로 하나만 잘했다고 해서 절대 안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관중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러 종목을 하나의 경기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매력적이다.

근대5종의 기원은 무엇인가.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프랑스인 쿠베르탱 남작이 처음 고안했다. 고대 그리스 군사들이 전쟁 상황에서 여러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하기 위해 짰던 전략들을 스포츠화한 종목이다. 즉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에 기초를 둬 수영해서 강을 건너고, 적을 만나면 총을 쏘고 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며, 말을 타면서 싸울 수 있는 군사를 가리겠다는 배경에서 비롯됐다.

근대5종 세부종목의 규칙과 기존 규칙의 차이점은.
200m 자유형 경기로 진행되는 수영은 2분 30초에 250점을 부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기준 시간보다 빠르거나 늦게 도착했을 경우 0.5초마다 1점씩 점수를 받거나 감점한다. 펜싱은 참가선수가 다른 모든 선수와 한 번씩 대결하는 리그전 형식이며 1분 단판으로 승부를 겨룬다. 특히 펜싱은 다른 세부종목과 달리 1승당 6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점수의 편차가 커져 근대5종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종목이다. 승마의 경우 훈련 때 합을 맞춘 말이나 선수 개인의 말을 절대 데려올 수 없다. 경기 당일에 본인이 타는 말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훈련 때 함께한 말을 데리고 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승마라는 종목이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전투 상황에선 아군 말이든 적군 말이든 모두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따라서 경기 하루 전에는 말의 주인이 경기에 출전하는 말을 먼저 타보며 시합에 나올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하는 ‘마필 테스트’가 진행된다. 선수에게 어떤 말이 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테스트가 진행될 때 지도자들이 영상을 찍고 각 말의 습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지도자와 훈련 시설의 국내 인프라는 어떠한가.
초창기에는 정말 불모지였다. 근대5종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감독도 없었고 시설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종목별로 사격부, 수영부, 육상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매일 다른 곳에서 훈련받았다. 초창기와 비교해 지금은 확실히 나아졌지만 승마를 훈련할 수 있는 장소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대표 진천 선수촌에도 승마장이 없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군 체육부대에 가서 따로 훈련을 받았다.

첫 출전으로부터 57년 만에 동메달이 확정됐을 때 기분은 어떠했는가.
그동안 세계선수권이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만 부진했다. 그래서인지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과 값진 메달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격스럽다. 한편으론 감독으로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책임감이 뒤따라 느껴졌다. 그러나 근대5종의 여정은 도쿄 올림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더 성장했으면 한다. 내년에 있을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3년 후 있을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 멀티플레이어=만능선수란 뜻으로 스포츠 경기에선 여러 포지션을 두루 잘하는 선수를 의미함.
 

최은종 감독 제공
ⓒ최은종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