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소희 기자 (choeehos0810@skkuw.com)

학교 측 “성적 부여는 교강사 재량으로 강제하기 어려워”
성적처리에서 부당한 일 겪을 시 현실적인 대책 필요



“성적 공시 마지막 날인데 교수님께서 이의신청에 답이 없으세요.” 성적 공시기간이 되면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글이다. 성적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학우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제한적인 현실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양 캠퍼스 학우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성적처리 과정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온라인 구글폼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현재의 성적처리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설문에 참여한 전체 202명(인사캠 130명, 자과캠 72명) 중 과반수가 넘는 135명의 학우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중 성적 처리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135명 학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학사운영방안은 변해도 성적 산출 방식은 그대로
지난 6월, 변경된 재수강 성적 상한을 숙지하지 못한 교강사로 인해 학점에 불이익을 본 사례가 에브리타임을 통해 공론화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경제대학 17학번 A학우는 “분반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교강사가 변경된 재수강 성적 상한을 숙지하지 못해 낮은 학점을 받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학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학사운영방안의 변화로 학점 비율 혹은 재수강 성적 상한이 완화돼도 교강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의미 없는 변화일 뿐이다. 


학우들은 알 수 없는 성적 평가기준
성적 평가 및 채점기준에 대한 공지가 없다면 학우들은 성적 공시 전까지 자신의 성적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이의신청도 어려울 것이다. 수강했던 강의에서 성적 평가 및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우는 전체 답변 가운데 100명을 차지했다.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 소속 20학번 B학우는 “이의신청을 통해 교강사에게 평가기준을 질문했지만,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오히려 해당 학점도 겨우 준 것이라며 불만 있으면 전화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의신청, 교강사가 확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우리 학교 학칙 시행세칙 제47조 ‘성적의 공시’에는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성적 공시기간 내에 교과목 담당교수에게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의신청은 학칙으로 규정된 학우들의 권리다. 하지만 본지 설문조사에서 답변한 80명의 학우는 교강사가 이의신청을 확인하지 않아 불편함을 겪었다고 답했다. 사과대 소속 20학번 C학우는 “성적 공시기간에 기존 성적보다 성적이 떨어져 이의신청을 했지만 답이 오지 않아 그대로 성적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공과대학 소속 20학번 D학우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기말성적으로만 학점이 결정되는 수업이었는데 점수에 대한 공지가 없었고 교강사가 이의신청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우들의 권리로 학칙에 명시된 이의신청을 교강사가 확인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의신청은 받지 않겠습니다”
학우들의 이의신청에 아예 귀를 닫아버린 경우도 있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교강사가 아예 이의신청을 받지 않았던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86명이었다. 문과대학(이하 문과대) 소속 20학번 E학우는 “성적에 대한 이의신청은 일절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수업이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9명의 학우는 이의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이 내려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문과대 소속 17학번 F학우는 “중간과 기말 점수를 공지하지 않고 학점만 공시해 점수를 알려달라는 이의신청을 했다”며 “그러나 한 번만 더 이의신청하면 성적을 내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의신청 방식에 제약을 둬 학우들이 이의신청에 불편함을 겪거나 아예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사례도 있었다. G학우는 “교강사가 이의신청을 오프라인으로만 받겠다고 공지했다”며 “학사일정이 끝난 뒤라 기숙사를 퇴사하거나 본가로 내려간 학우들은 이의신청을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늦은 성적 공시, 이의신청 기간은 단 하루
우리 학교는 정해진 성적 공시기간에만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즉 교강사가 성적을 늦게 공시할 시에 그만큼 이의신청 기간이 짧아진다. 사범대학 소속 16학번 H학우는 늦은 성적 공시로 이의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학우는 “교강사가 매학기 성적 공시기간 마지막 날에 성적을 올리고 심지어는 성적 공시 후 이의신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중 67명의 학우가 성적 공시기간 내에 성적이 올라오지 않아 충분한 이의신청 기간을 갖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53대 총학생회 S:Energy(인사캠 회장 강보라, 자과캠 회장 심재용, 이하 시너지)는 출마 당시 성적 공시기간과 이의신청 기간 이원화에 대한 공약을 제시했다. 성적 공시기간과 이의신청 기간을 분리해 성적 공시일과 관계없이 이의신청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는 ‘이의신청 후 재이의신청’으로 대체돼 논의됐다(본지 1671호 ‘인사캠 S:Energy, 어떤 시너지 낼 수 있을까’ 참조). 강보라(컬처테크 18) 회장은 “2020학년도 2학기 학사운영만족도 조사에서 성적 공시기간과 이의신청 기간 이원화에 대한 의견을 수합할 당시, 해당 사안보다 ‘이의신청 후 재이의신청’에 더 높은 선호도가 있었다”며 그 배경을 밝혔다. 


학습권과 교권의 충돌, 그 해답은?
A학우의 사례가 공론화되자 시너지는 지난 6월 22일 학교 측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해당 논의에서 강 회장은 “학교 측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적 입력 시 변동된 학사운영방안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사안은 지난 7월 20일에 진행된 총학생회장단-총장님 간담회에서 재논의됐다. 간담회에서 시너지는 학사제도의 구체적 공지와 세부성적 및 평가기준의 공개를 요구했다(본지 1681호 “시너지와 총장, 학우들을 위한 논의엔 방학도 없다” 참조). 하지만 결국 성적 부여는 교권이며 성적 정정에 대한 관여는 교권침해라는 것이 학교 측의 답변이다. 교무팀 민경승 과장은 “성적 산출 과정에서 교강사에게 바뀐 학사제도에 대해 수시로 공지를 하지만 성적 부여는 교강사 재량이기에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성적처리에 있어 부당한 일을 겪어도 학우들이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학우들의 학습권과 성적부여에 대한 교권의 충돌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난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