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요즘 정치인들은 무척 분주하다. 사방팔방 얼굴도장 찍으랴 기자들 만나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여기에 틈틈이 SNS를 통한 소통 활동도 잊지 않는다. 보아하니 선거의 계절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차기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경선을 앞둔 한국 정치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 대선 역시 관전 포인트는 ‘막말’과 ‘갈등’이 되겠다. ‘GSGG’을 놓고 며칠째 말싸움을 하는 여당과 야당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권 유지와 정권 교체라는 상충한 목표하에 대립이 심해지면서 여야 모두 언사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경쟁자에 대한 비방, 공격, 폄훼로 얼룩진 정치판의 '네거티브 전략'은 고질적인 문제다. 정치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방을 음해해 끌어내리고자 하는 수법으로 사용된다. 선거라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네거티브는 합리적인 승리 전략이 아닌 진흙탕 싸움을 연상케 한다.

진흙탕 싸움은 주변까지 진흙이 튀게 한다.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는 해당 정당의 지지층까지 확대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작은 이슈로도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지지자들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적 갈등의 골은 너무나도 깊다. 실제 2020년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 사회 지표’에서 전체 응답자의 약 85.4%가 진보·보수의 대립을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꼽았다. 빈곤층과 중상층(82.7%), 근로자와 고용주(74.2%)와 비교했을 때도 선택 비율이 가장 높다. 

매주 공개되는 여론조사, 쏟아지는 언론보도, 경쟁자로부터의 끊임없는 공격.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드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끌어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대를 끌어내리는 데에만 정신이 팔리면 주변 반응을 살피기 어렵기 마련.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 십상이다. 물론 이러한 공방전이 지지층들을 똘똘 뭉치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외의 대중들에게 적정 수준을 넘은 네거티브는 피로감을 유발하며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치인에게 말은 무척 중요하다. 유권자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어필해야 하는 선거 과정에서는 더욱 중요하겠다. 이때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언어의 핵심이 타인에 대한 공격과 비방이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비전에 초점을 맞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경쟁자가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가 적임자야’가 아닌 ‘나는 경쟁자와 다른 역량으로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성장시킬 것이다’라는 미래지향적인 ‘포지티브’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어찌 됐든 모두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는가.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경쟁자를 타도의 대상이 아닌 타협의 대상으로 대하는 성숙함을 바란다. 

 

강수민 편집장mini9935@
강수민 편집장mini9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