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람은 회의할 때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밥 먹다가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생각하고 멍 하니 있다가도 생각한다. 생각이 그냥 생각으로 끝나서 한때 무엇을 생각했는지조차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생각의 미아’를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간혹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회상한다. 또 한 번 들었던 생각을 미아로 만들지 않고 계속 의식 속에 담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생각을 금고에 넣어두듯 보관만 하기도 하고 생각을 어항에 두어 키우기도 한다.

원시인은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하거나 제품을 만들 기술이 없었다. 그들은 생각을 동굴의 벽에다 그림으로 생각을 남겼다. 오늘날 그 의미를 완전히 해독할 수는 없지만 원하거나 피하고 싶었던 욕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 뒤에 인류는 생각을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문학적 장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사람이 새가 되고, 바다를 헤엄치고 싶으면 물고기가 되었다. 또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싶으면 신화에 나오는 영웅과 괴물로 변신하고,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으면 불사의 약을 찾아 나섰다. 

인류는 잉여가 생기면서 소유의 문제를 안게 되었다. 토기는 먹고 남은 식량을 담기 위해 인류가 최초로 생각해서 만든 창작품이다. 점성이 있는 흙을 찾아 낮은 온도에 가하면 단단한 그릇으로 바뀌는 걸 발견해낸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처음과 최종이 크게 다른 성질을 가진 창작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인류는 토기에다 무늬를 넣고 모양을 바꾸며 변화를 시도하면서 또 동시에 더 순도가 높은 흙과 더 높은 열로 구워 도기와 자기를 창작했다. 박물관에 가면 이러한 변화와 발전의 양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금 그들은 전시물 중의 하나로 있지만 당시에 인류에게 엄청난 희열을 선사하던 빛나는 자취이다.

인류는 생각을 창작으로 바꾸는 도전에 성공하면서 생각을 생각으로 두지 않고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사가 오늘날 기술의 시대로 불리게 되는 저간의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먼저 중력과 양력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과학으로 나아가고 다시 엔진을 만드는 기술을 거치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나오게 된다. 인류는 바다를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 단계에 머물러있었다. 증기기관이 기술로 구현되면서 근해에서 원양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현대에는 근대의 성취를 뛰어넘어 사람의 더 많고 복잡한 생각을 기술로 구현하고 있다. 기술의 시대에서 기술 만능의 시대로 나아가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개인의 능력도 원시시대의 개인과 비교할 수 없는 비약적으로 증대하게 되었다. 근대의 개인은 학교에서 전문 지식을 획득하여 분야별 전문가로 발전했다. 하지만 현대의 개인은 분야를 넘나들면서 많은 생각들을 제품이든 정책이든 창작하는 제작자의 역량을 요청받고 있다. 농사만 해도 이전의 농부는 수확을 하면 자신이 역할이 끝났지만 지금은 수확에다 판매와 고객 관리 그리로 해외 수출까지 더 많은 과정에 참여하는 역량을 요청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인은 이전의 인류와 달리 신적 지위까지 도달하여 신을 닮은 인간으로 불리게 된다.

신을 닮은 현대인은 특정 분야의 특정 세부 역할에 한정되지 않고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획과 제작 그리고 관리라는 ‘프로듀서’가 되었다. 프로듀서로서 현대인은 최초의 생각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창작만이 아니라 그 창작에 따른 윤리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할 수 있다고 뭐든 해도 좋은 것인지 할 수 있더라도 윤리적 문제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편으로 기술 구현의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산업의 욕망도 중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에 따른 윤리적 책임을 다루는 인문의 생각도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의 오발탄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기술 불안의 시대’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근 교수유학동양학과
신정근 교수
유학동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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