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수현 (kshyunssj@naver.com)

고명북, 직권배정 수업임에도 상이한 커리큘럼
창융디, “수원까지 가서 ‘실강’ 들었어요”
학교 측 “어려움에 공감, 부담 덜려 노력 중”

“배우고 싶은 강의는 따로 있는데, 선택 못하고 배정된 대로 듣고 있어요.” 고전명저북클럽(이하 고명북) 과목의 수강생들이 가진 불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우리 대학 신입생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인 ‘고전명저북클럽’과 ‘창의적융합디자인(이하 창융디)’. 고명북과 창융디 수업에서 발생하는 학우들의 어려움과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알아봤다.

 

고명북·창융디 수업은
2020학년도 이후 입학생이라면 고명북과 창융디를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이 두 교과목은 지난해 융합LC 출범과 동시에 계열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해 신설됐다. 따라서 융합LC 전체가 한 분반으로 배정돼 교과목을 수강한다(본지 1661호 “융합인재 양성으로 향하는 길, 새롭게 태어난 융합교육” 참조). 고전 읽기와 토론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수업인 고명북은 인사캠에서만 개설된다. 창의성과 디자인 사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실습수업인 창융디는 자과캠에서만 수강할 수 있다. 이처럼 융합 교과목은 교차캠퍼스 수강 강의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소속 캠퍼스와 상관없이 한 학기는 인사캠에서, 다른 학기는 자과캠에서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 

 

고명북, 수많은 교재와 커리큘럼
이번 학기에 개설된 고명북 강의는 84개다. 모든 신입생이 수강해야 하는 필수교양인 만큼 많은 분반이 개설된다. 그에 맞춰 많은 담당교수가 배정되고 교재와 수업내용의 차이도 크다. 지난 학기에 고명북을 수강한 방지현(자과계열 21) 학우는 “수업에서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와 카니발적 표현에 대해 배웠는데, 다른 분반은 유명 과학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가 교재였다”며 분반 간 커리큘럼의 차이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명북 강의계획서를 통해 수업 내용이 다원화돼 있고 분반 간 편차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이의 성학집요로 수기(修己)의 정신을 익히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고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이해하는 수업도 있다. 이외에도 △겐지 이야기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랑과 성과 문학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등 각 수업의 교재를 살펴보면 분반 간 커리큘럼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학교 측에서 수업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만, 교재 선택과 수업 진행이 여전히 교수 재량이기 때문이다.

 

수강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아
이렇게 다양한 커리큘럼에도 불구하고 학우들은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없다. 융합LC 전체가 한 반으로 배정돼 수업을 이수해야 하니 학교 측에서 분반을 직권배정하기 때문이다. ‘영어쓰기’, ‘컴퓨팅사고와SW코딩’ 등 다른 전공진입요건과목 또한 선택권 없이 배정되고 담당교수별 수업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수강취소 후 계절학기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반면 고명북과 창융디는 캠퍼스 융합교육 활성화 제고 및 융합LC 활동 이탈 방지 차원에서 수강 취소나 변경이 불가하다. 

이처럼 과목 이름만 같고 분반별 수업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이를 선택하거나 취소하지 못하고 수강해야 하는 셈이다. 생명과학과 전공예약생인 방 학우는 “생소한 프랑스 문학이 교재임을 알고 부담감을 느꼈고 이후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며 “과학 저서를 다루는 다른 고명북 수업에 더 흥미가 많이 갔다”고 전했다. 임유정(러문 20) 학우는 “원치 않는 수업에 배정되면 흥미가 떨어질뿐더러 좋은 성적도 받기 어렵다”며 “교수님별로 수업내용이 다른 만큼 흥미 있는 강좌나 분야를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우들 가운데에서는 고명북은 ‘복불복’ 수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이 두 교과목은 성적 기준이 분반별로 다르거나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명북의 경우 △기말고사만 실시하는 분반 △정기고사 없이 발표와 토론으로만 성적을 매기는 분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실시하는 분반 등 평가 방법과 비율이 다양하다. 이에 대해 방 학우는 “교수님마다 커리큘럼이 다르다는 점에서 고명북 분반 간에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대계열제 학우들의 전공진입에 영향을 주는 전공진입요건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평가방식이 다원화돼 있어 공정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학부대학 행정실 노현석 직원은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성적평가비율을 A등급 50% 이내, B등급 이하 교강사 자율적 결정으로 완화해 학생들의 학점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창융디의 경우 정기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과제별 성적을 고지하지 않는다. 지난 학기에 창융디를 수강한 박서현(인과계열 21) 학우는 “과제별 성적을 고지해주지 않아 최종성적을 받아들이는 데 여러 학우의 불만이 있었다”며 “채점한 과제 점수를 학생들에게 정확히 공지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했다. 이에 노 직원은 “이번 학기부터 수강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과제별 성적이 바로 공지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융디, 대면수업이지만 ‘대면’할 수 없어
고명북과 창융디 수업은 플립러닝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플립러닝이란 온라인으로 선행학습을 한 후 오프라인 상에서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노 직원은 “일방적 강의를 지양하고 교수와 학생 간, 학생 상호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플립러닝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강의실 수용인원이 제한돼 120명 정원의 창융디 수업에 변화가 생겼다. 학우들이 소그룹별로 나뉘어 강의실에 배정되고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시청하게 된 것이다. 담당교수는 연구실이나 하나의 강의실에서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오프라인 수업임에도 수업 중에 담당교수를 대면할 수 없는 셈이다.

창융디를 수강하기 위해 자과캠까지 온 인사캠 학우들은 이 방식에 대한 불만이 더욱 크다. 박 학우는 “교수님은 다른 분반 교실에서 수업하셔서 결국 학기가 끝날 때까지 교수님의 수업을 대면으로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2학기에 창융디를 수강한 김나래(아동 20) 학우는 “집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수원까지 갔는데, 온라인 강의를 들으니 회의감이 들었다”며 미흡한 수업 운영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 직원은 “그룹 단위 실험 및 실습 교과목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자과캠에 건설 중이며, 완공 후 해당 시설에서 창융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학교 측 “일원화는 어려워, 균질화 위해 노력 중” 
지난달 제53대 총학생회 S:Energy(인사캠 회장 강보라, 자과캠 회장 심재용)는 고명북·창융디 수업내용 일원화를 정책으로 추진했으나 어려움에 부딪혔다. 학교본부로부터 책 권수와 종류를 통일시킬 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 직원은 “책 권수와 종류를 통일시키는 방법 등은 교과목 개발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교수권 침해도 우려된다”며 “다만 교강사별 수업의 균질화를 위해 매 학기 각 분반의 우수 사례 및 교수법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학기 수업 운영 방식은 지난 학기와 동일하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kshyunssj@다양한 종류의 고명북 교재.
다양한 종류의 고명북 교재.
사진 김수현 기자 kshyuns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