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반촌사람들 - '플렁드' 배윤정 사장

하루도 빠짐없이 버터 향 가득한 곳
높은 연령층에게 낯선 '디저트' 대신 '구움과자'

자과캠 후문을 지나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들렌을 든 해달이 반겨주는 가게가 있다. 프랑스어로 ‘가득한’이라는 뜻을 지닌 ‘플렁드’다. 테이크아웃 전문 구움과자점을 홀로 운영 중인 배윤정(31) 사장을 만났던 지난 22일, 가게 정기휴무일인 월요일에도 플렁드는 버터 향으로 가득했다.


배 씨는 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당시 시언니가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던 빵 가게를 자주 방문하며 제과제빵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결혼 후 시언니로부터 오븐을 선물 받아 집에서 과자를 굽기 시작하고 시언니를 멘토로 삼으며 지금의 플렁드를 열게 됐다. 배 씨는 1인 가게를 운영하며 남편과 함께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남편을 닮은 해달 캐릭터 ‘플렁이’를 만들었다. 플렁이의 손에는 대중적 구움과자인 마들렌을 들려서 쉽게 기억될 수 있는 가게 이미지를 구축했다. 배 씨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오시면 플렁이와 닮은 사람이 서 있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배 씨를 창업 시작부터 괴롭혔다. 본래 카페 오픈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테이크아웃 전문 가게를 열었다.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 딱 좋겠다는 손님의 말씀에 죄송했다”며 아쉬움을 표한 배 씨는 “코로나19 없이 안전한 시기가 오면 공간을 개조해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음료 메뉴를 늘려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게 위치를 우리 학교 근처로 선정한 이유를 묻자 배 씨는 “아직도 학생 시절에 다니던 단골집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간다”며 “플렁드도 그렇게 오래 기억되고 싶어서 꼭 학교 근처에 자리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을 누리지 못하거나 시험 기간 스트레스로 우울할 때 가게에 들러 당도 높은 구움과자를 하나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질 거다”라고 말했다.


배 씨의 일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오전 7시에 출근해 과자를 굽고 손님을 응대하다 발걸음이 뜸해지는 오후 3시 즈음 첫 식사를 한다. 5시에 아르바이트생이 오며 시작하는 반죽, 숙성 등의 작업은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처음엔 모든 일을 홀로 해내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정기휴무일을 만들게 됐다. ‘오늘도 쉬세요?’라는 손님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하며 관절염약과 압박밴드에 의지하는 배 씨지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서울에 사는 시언니를 만나 신메뉴나 가게 굿즈를 구상하고 제과 스터디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플렁드의 구움과자는 작은 크기지만 녹진한 맛이 느껴진다. 플렁드는 유산균을 발효시켜 만든 고메 버터와 몸에 축적되지 않는 동물성 생크림만을 고집한다. 배 씨는 지금껏 출시한 100개가 훌쩍 넘는 구움과자 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메뉴로 ‘블루치즈 휘낭시에’를 골랐다. 유기농 비정제 원당이 들어가 색감이 진한데, 블루치즈의 쿰쿰한 맛과 휘낭시에의 풍미가 잘 어우러져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에어프라이어를 180도로 맞추고 2~3분 조리하거나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먹으면 특유의 ‘빠작함’을 즐길 수 있다.


배 씨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에도 공을 들인다. “구움과자를 즐겨 먹는 20~30대 젊은 층에 홍보 효과가 가장 크면서도 제가 평소 즐겨 하는 인스타그램을 홍보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운영일마다 당일 구성을 공개해 가게 방문 전 손님이 원하는 구움과자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디저트’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은 연령층을 위해 ‘구움과자’라 부르고 감자빵 등 우리말을 사용한 친숙한 메뉴를 구성에 꼭 포함한다. 다가오는 추석 선물을 위해 높은 연령층도 즐겨 먹을 수 있는 신메뉴를 구상 중이기도 하다.


그렇게 플렁드는 우리의 눈코입을 모두 사로잡는다. 배 씨는 “1차로 인스타그램 피드와 가게 진열장을 눈으로 보고, 2차로 가게의 버터 향을 코로 맡고 3차로 구매해서 입으로 먹는 것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끔 가게에 여유가 찾아올 때면 배 씨가 수집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도 즐길 수 있다.


플렁드는 유행에 맞추면서도 기본적인 메뉴를 늘 함께 가져가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한다. ‘민초단’을 위한 민트오레오쿠키 등 특정 취향을 반영한 신메뉴 개발에 꾸준하면서도 기존 메뉴인 에그타르트 등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몇 배로 굽는 모습에서 배 씨의 포부가 여실히 느껴진다. 원하는 구움과자가 있다면 그것은 플렁드에 있을 것이다. 바람이 점점 차갑게 느껴지는 요즘, 따뜻한 차 한 잔에 곁들일 구움과자를 사러 플렁드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서수연 기자 augenblick@
서수연 기자 augenb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