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의 안녕을 빕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안녕을 빕니다
  • 강수민 편집장
  • 승인 2021.08.30 16:31
  • 호수 1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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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오늘(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선정국 속에서 더욱 가열된 열기로 언론중재법의 도입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필두로 한 해당 법안의 골자는 결국 언론 규제 강화다.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는 목표하에 강화된 규제는 언론 보도의 위축이란 우려를 낳았다. 약 12년 만에 불어온 언론중재법의 새바람에 앞으로 언론이 맞이하게 될 변화는 진보일까 퇴보일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팽팽한 찬반 논쟁 속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조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조항은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 및 조작 보도로 피해를 보는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제 30조의2 제1항). 이를 두고 일부는 그간 언론의 행적을 거론하면서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마땅한 처방이라 말한다. 그러나 금전적 규제 강화를 내세운 사후 처방적 대책이 자칫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다는 게 필자의 우려다.

많은 기사는 작은 의혹에서부터 시작된다. ‘n번방’, ‘최순실 국정농단’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들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러한 사례처럼 의혹을 제기하고 진실을 파헤칠 때 언론은 비로소 부정의 포착 및 권력 견제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언제나 사실이라고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혐의를 포함한 국정농단 사건이 다양한 사유로 법정에서 상당수 무죄판결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제시한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해당 보도는 허위보도 혹은 가짜뉴스가 될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허위 및 조작 보도’ 등의 기준은 진실과 거짓 사이 ‘진실일 수도 있는 것’으로부터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모호한 기준은 자칫 손해배상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너도나도 허위보도를 주장하며 법안을 악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무려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징벌적 규제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언론에 부여된 각종 위험요소는 언론의 도전적 취재를 축소하며 확정된 사실에만 입을 떼도록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언론을 옭아맨 법안들에 의해 언론의 권력 견제 기능은 점차 약화될지도 모른다. 이에 야당은 법안에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및 그 주요 주주와 임원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는 장치를 더했지만, 벌써부터 갖가지 허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짜뉴스의 해결책으로 고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뉴스의 싹을 자르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언론 본래의 역할을 잊은 듯하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온전히 하면서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때 비로소 가짜뉴스가 뿌리째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법안의 효력은 약 6개월 후에 발생한다. 법안 통과 시에 우리나라 언론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법안 시행 전에 그 변화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국내 언론 협업 단체 및 해외 주요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 또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아무쪼록 모든 이들의 우려가 기우가 되길, 우리나라 언론이 오래오래 안녕하길 바란다.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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