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원 기자 (nanchoc09@skkuw.com)
일러스트 ㅣ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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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몸을 각성시켜

남용 막기 위한 경각심 고취와 제도적 개선 필요해

커피는 많은 사람의 아침을 열어준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의 2.67배에 달한다. 이러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개인의 기호라는 명목하에 남용된다. 이러한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카페인의 효능과 부작용을 통해 카페인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카페인, 우리의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각성시키다
카페인은 뇌,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와 교감신경계를 각성시키는 각성제다. 카페인은 *향정신성 약물에 해당하지만 다른 향정신성 물질과는 달리 합법적이며 규제 없이 취급된다. 이는 코카인, 암페타민 등의 중추신경 흥분제 중 카페인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페인이 커피 열매부터 차, 콜라, 심지어는 종합감기약에도 함유된다. 이 중 카페인이 포함된 원료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커피콩’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는 커피는 커피나무에서 수확된 생두인 이 커피콩을 가공 및 공정해 볶은 후 물, 증기 등으로 우려낸 물질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 결속의 방해꾼
카페인은 어떻게 우리의 몸을 각성시키는 것일까.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우리 몸에 피로를 일으키는 물질인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생긴다. 아데노신이란 RNA를 구성하는 핵산 중 하나로, 모든 동식물의 세포에 존재하는 천연물질이다. 인간이 활동하며 신체에 피로가 쌓이면 뇌에서 아데노신이 분비돼 혈액 속에 쌓이게 된다. 이때 뇌에서 생성된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면 신경세포의 활동이 둔화한다. 즉 두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이동하는 데 방해를 받아 신체가 이완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의 결합을 막는 것이 바로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대신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의 이완을 막는다. 이는 카페인이 아데노신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져 가능하다. 실제로 카페인의 분자와 아데노신의 분자를 살펴보면 질소가 포함된 부분이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체내에 들어온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하면, 아데노신이 수용체와 결합했을 때보다 우리 몸의 신경이 각성한다. 이때 각성이란 혈관이 수축해 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한 상태다. 또한 카페인이 유입되면 뇌는 *부신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명령한다. 이는 뇌와 심장, 신장 등의 활동이 촉진한다. 팔공요양병원 제약부 김정미 약사는 “카페인은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활동을 자극한다”며 “이것이 혈관 수축작용과 신경 각성작용 등의 효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카페인 역시 중용(中庸)이 필요해
카페인의 적절한 섭취는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 대표적인 예시가 기억력 및 집중력의 강화다. 체내에 카페인이 들어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면 일시적으로 정신이 맑아진다.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적정량의 카페인은 뇌를 자극해 기억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전측 대상피질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페인은 특정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적당량의 카페인은 뇌혈관의 확장을 억제해 편두통 치료의 일환으로도 쓰일 수 있다. 특히 한 달에 최대 14번의 두통을 앓는 일회성 편두통의 경우, 카페인이 효과적이다. 이에 김 약사는 “편두통은 일부 뇌혈관이 이완될 때 발생한다”며 “카페인이 혈관 수축작용을 도와 일부 편두통의 경우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카페인이 함유된 대표적 음료인 커피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커피 중 블랙커피가 지닌 클로로젠산이라는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 당뇨병의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블랙커피 속 클로로젠산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열을 유발한다”며 “당뇨병과 같은 대사증후군을 없앨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반면 다량의 당이 포함된 커피는 오히려 당뇨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카페인은 오히려 과유불급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성인 기준 400㎎ 이하로 권고한다. 카페인을 식약처에서 제시한 일일권고량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부정맥, 위장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카페인은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농도 증가가 부정맥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김 약사는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과도한 위산 분비를 유발해 위장염, 위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이 식도와 위에 붙어있는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과도한 양의 카페인으로 인해 과다 분비된 위산이 식도의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평소 불안 증세가 심한 사람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평소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는 사람의 경우, 지나친 카페인 섭취로 인해 신체가 각성하면 각성한 신체와 불안을 느끼는 심리가 중첩돼 불안한 마음이 증폭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평소 쉽게 불안해하는 사람의 경우 지나친 카페인 섭취로 인한 신체적 변화와 불안 증세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인도 엄연한 약물,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카페인을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카페인은 신체에 활력을 주는 적정량만 섭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카페인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각심은 특히 바쁜 삶을 살아가는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필요하다. 우리 학교 박수진(영문 17) 학우는 “시험 기간 중 벼락치기를 하다 그냥 커피로는 부족해 고카페인 커피 음료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몸만 피곤해지고 뇌가 둔하게 깨어있는 기분을 느꼈다”고 전했다. 커피 외에도 에너지드링크와 같은 고카페인 음료를 남용했다 곤혹을 치른 학우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 천정헌(교육 16) 학우는 “시험기간에 친구를 따라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가 36시간 동안 깨어있던 적이 있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에너지드링크는 입에도 대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김 교수는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카페인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카페인의 무분별한 섭취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 외에도 카페인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역시 필요하다. 김 약사는 “카페인은 커피뿐만 아니라 콜라, 케이크, 자양강장제, 종합감기약 등에 다양하게 함유된다”며 소비자가 카페인 함유량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간혹 카페인 표시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편의점 및 커피전문점 커피의 경우 카페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 기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카페인 함량 표기를 사업자 자율에 맡기는 현 상황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향정신성 약물=신경이완제의 동의어로, 인간의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
◆부신=우리 몸의 콩팥 위에 각각 하나씩 있는 내분비선으로, 호르몬이 생성되는 기관.
◆부정맥=정상 생리 반응과 달리 심장 박동 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지나치게 빠른 빈맥현상과 지나치게 느리게 뛰는 서맥현상이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것.
 

카페인 분자 구조
ⓒChemEssen 캡처
아데노신 분자 구조
ⓒChemEssen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