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원리부터 소재까지
“화학 모르면 배터리의 ‘배’자도 몰라…”

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지난달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관련 분쟁이 막을 내렸다. 국내회사의 ‘배터리 전쟁’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고 대통령이 의견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실제 삼성SDI 포함 국내 배터리 3사의 국제시장 점유율은 대단한 수준이다. 인력과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적 위상을 차지하기까지 그 뒤에는 기술력이 있었다. 그리고 배터리의 기술은 ‘화학’에 기초한다. 배터리와 전기가 깊은 관련이 있음은 친숙한 사실이지만 화학과의 연관성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배터리와 화학,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분쟁과 관련해 ‘배터리’라는 표현은 ‘리튬이온배터리’와 동일시되고 있다. 실제 전지에는 △1차 전지 △2차 전지 △연료 전지 △태양 전지가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이하 배터리)는 2차 전지 중 하나이다. 이러한 배터리에 관해 우리 학교 화학과 김지만 교수는 “화학의 산화환원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배터리의 ‘배’자도 모른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터리에 전류를 발생시키기 위해 즉, 전자를 움직이기 위해 전자를 잃는 산화 전극과 전자를 얻는 환원 전극 간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배터리의 원리다. 이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의 구성 원자 배합과 분자 구조 등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 이뤄지는 모든 연구 또한 화학에 기초한다. 2019년 배터리 관련 노벨상 수상 내용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초기 배터리 개발에 기여한 3명의 과학자가 받은 상은 다름 아닌 노벨화학상이었다. 이들은 각각 △상용화 △전극 소재 발견 △효율 개선에 기여했다.
 
배터리를 이루는 4대 요소에는 △분리막 △애노드 △전해질 △캐소드가 있다. 애노드는 리튬이온을 얻는 전극이고, 캐소드는 리튬이온을 잃는 전극이다. 분리막은 두 전극이 닿지 않도록 하고, 전해질은 두 전극 간에 리튬이온을 이동시킨다. 즉, +를 띄는 리튬이온의 이동으로 인해 -를 띄는 전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 원리다. 배터리의 용량은 캐소드가 리튬이온을 얼마나 많이 보유할 수 있는지가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캐소드 소재를 구성하는 원자의 배합을 결정하는 것이 화학의 주된 연구 내용 중 하나다.
 
배터리와 화학의 과제에 대해 김 교수는 두 관점으로 나눠 설명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최근 대두된 전기 자동차 관련 안전성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액체 전해질로 인한 발화 문제에 있어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 자체의 사용 여부다. 충전에 쓰이는 화석 연료나 리튬의 양에 한계가 존재하므로 고갈 걱정 없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접목하는 등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 학교에서는 ‘에너지소재화학’ 강의가 올해 개설돼 관련 내용 학습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배터리와 화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막연한 관심보다는 학부 과정의 기초학문 강의 속 지식을 배터리와 연결해보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 고민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