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인터뷰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김영기 팀장

치료·재활 중심으로서의 정책 전환 위해 노력해
마약류 중독에 있어서는 예방이 최선

‘퇴치’는 물리쳐서 아주 없애 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법 마약류를 완전히 ‘퇴치’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마약류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마퇴본 예방사업팀 김영기 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마퇴본에 대해 소개해달라.
마퇴본은 정부 단속 기관이 하기 어려운 민간 차원의 예방 및 재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기관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마약류 정책은 처벌 위주의 공급 억제 정책이었다. 이후 정책이 한계를 보이자 해외와 같이 민간 차원에서 마약퇴치 활동을 주관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대한약사회의 주도로 마퇴본이 설립됐다. 중앙본부 외에 전국적으로 지역본부 13개와 중독재활센터 2개를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민을 마약류 폐해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퇴본에서는 어떠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크게 예방사업과 사회 복귀·재활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방사업으로는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및 마약류 폐해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한다. 마약류 중독자 상담 및 재활 교육은 사회 복귀·재활사업에 해당한다. 예방사업은 사전 활동, 사회 복귀·재활사업은 사후 활동으로 보면 된다. 처음에는 청소년 위주로 교육을 많이 진행했는데 현재는 교육부로 일을 많이 이관했다. 교육을 진행하며 쌓인 노하우로 마약류 중독자 재활·치료 부문으로 전문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중독자 재활 사업에 중심을 두고 많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유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사업으로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 교육과 재범 방지 의무화 교육이 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 교육은 검찰에서 경미한 사범을 대상으로 기소하는 대신 교육을 받게 하는 제도다. 검찰청에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 교육생을 1년에 천 명 정도 마퇴본으로 보낸다. 마퇴본에서는 28시간의 교육을 제공하고 결과 보고를 하는 식으로 사법 기관과 교류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이번해부터 재범 방지 의무화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법원이 마약류사범에게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교육을 수강하도록 명령하면 마퇴본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아직은 교육생이 적지만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보 방식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
마약류 폐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 방식으로 △대중매체 광고 △마약류 퇴치 심포지엄 △세계 마약퇴치의 날 기념식 △언론 보도 홍보 △지역사회 캠페인 등이 있다. 보통은 홍보부스를 설치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캠페인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기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및 청소년, 국내 거주 외국인, 탈북민 등 계층별로 구분해 맞춤형 홍보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나 탈북민의 경우 단순히 우리나라 방식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상황을 홍보 내용에 반영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다이어트약, 공부 잘하는 약 등에 호기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맞춤형 홍보를 진행한다.

가장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
마약류 퇴치 분야에 종사하는 순간 여러 면에서 열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 예산 지원이 매우 부족한 데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정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중독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심한 중독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회복자를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회복자들은 생각과 행동이 일반적인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다. 회복자 중 기소유예자 교육 강사로 일하는 분도 계신다. 전과는 많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모범적이다. 

마약류 중독자가 마퇴본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
마약류 중독에 관한 치료를 원해도 그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를 수 있다. 이럴 경우 마퇴본에 상담을 요청하면 전문적인 상담사와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마퇴본에서는 회복자 모임이나 각 지역본부, 정부 지정 치료기관, 상담·재활 치료 프로그램 등 연계 서비스를 통해 다양하게 연결해준다. 마약류 중독자 가족상담도 가능하다.

익명성 또한 철저히 보장된다. 마퇴본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신고를 진행하지 않는다. 상담 내용을 타인에게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위반에 해당하기도 하고, 신뢰를 쌓기 위함도 있다. 마퇴본에 상담을 요청했을 때 신고한다는 소문이 돈다면 아무도 상담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에게 마약류 중독에 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약류는 중독되면 이미 늦다. 예방이 최선이다. 호기심이나 친구의 권유 등의 유혹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 된다. 다이어트약이나 잠 안 오는 약 등에도 마약류 성분이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약류 부작용에도 세세한 관심과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마퇴본도 세계 마약 정책에 부응해 단속에서 치료·재활 중심으로의 전환이 마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 내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실 내부.
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김영기 팀장.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김영기 팀장.
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