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청년들의 삶에 가뭄이 들었다. 주거와 일자리를 포기하는 세대다. 3만원이 넘는 옷을 사기 두렵다며 자가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 졸업할 때까지 5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는 후배가 보인다. '어디든 좋으니 일단 취직하라'는 아빠와 '그러면 평생 비슷한 직장을 전전해야 한다, 요새는 정말 이직하기도 힘들다'는 엄마의 말이 들린다. 그렇다고 5000만원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도, 어디든 좋으니 일단 취직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꿈을 꾸는 게 꿈인 세대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 중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4.3%에 불과하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새로 부임한 서울시장이, 우리나라의 수도에 '청년'이라는 태그를 달아줬다는 거다. 이른바 청년서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취임식에서 "어려운 취업! 손에 닿지 않는 집값!"이라고 외치며 "결혼과 출산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고 청년들을 관통하는 진단을 내렸다. 취임사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만 21번 언급하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급격히' 스포트라이트를 달아주는 건 서울시장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의 청년들은 외환위기보다 못지않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청년 시기를 넘어 생애 전체가 불안한 삶에 처할 위험이 있으니 국무위원들에게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여당이 부동산 정책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청년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까닭이다.

이렇듯 가뭄이 든 청년들의 삶에 너도나도 비를 뿌려주겠다며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요새는 청년 삶의 애환을 언급하지 않는 정치인이 드물다. 그저 정쟁 소재로 소비되고 있는 건 아닐지 염려되는 이유다. 최근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에 간담회를 하자는 요청이 급격히 늘어났다. 서울 소재의 대학 중 총 32곳의 학보사로 구성된 서언회인만큼 충분히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지만, 회장을 맡아도 비교적 여유로웠던 필자가 최근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진 이유가 무엇일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야당 후보들에게 거의 몰표를 안긴 2030세대의 유례없는 선택이 돋보였던 선거가 끝난 뒤 정치인들의 속내가 예상된다. 정쟁의 분위기를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청년서울을 만들겠다는 발언에 주목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청년청과 악의적으로 비교만 하는 언론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의도야 어찌 됐든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가뭄에 홍수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진흙이 만들어지고 결국 산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흙이 떠밀려가게 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놀란 토끼눈으로 급하게 청년들을 소집해 '이것 보세요, 저희 소통한답니다'라며 형식적이고 주먹구구식인 모양새만 갖추는 것은안 하느니만 못하다. 정기적으로 충분히, 청년 담론을 나눠야 효과가 있다. 갑작스럽지만 이제라도 갖춰진 담론장이 정쟁으로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큰 물방울이 되고, 마침내 적당한 비로 떨어진다. 역대급 가뭄인 한국 청년사회에 내릴 단비를 기대한다.

 

김지우 편집장wldn9705@skkuw.com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