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다솜 (manycotton@skkuw.com)

과거보다 성숙해진 동물권 의식…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다양한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필요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되고, 펫샵의 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오늘날. 동물의 권리에 대한 시민의식의 발전에 힘입어 지난달 12일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형량과 벌금이 증가했고, 동물유기 행위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동물들이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동물권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동물권이란 무엇인가
동물권이란 모든 동물이 존중받고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동물권은 1975년 피터 싱어가 발표한 『동물 해방』을 계기로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는 동물이 인간처럼 행복과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지각·감각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리주의에 따라 모든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에 상관없이 동물의 이익을 인간과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1978년, ‘세계동물권선언’이 발표됐다. 이는 인간이 동물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며, 모든 동물은 인간의 관심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학대는 점차 증가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세계동물권선언이 발표된 지 43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동물권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유영재) 정부윤 운영국장은 “피학대동물의 수와 잔인한 학대 수법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찰 처분을 받은 사람은 2016년에 비해 2019년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 운영국장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사법 체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법 제98조는 인간 이외의 유체물을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한혁 전략사업국장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동물을 인간의 이익에 따라 마음대로 처분 가능한 물건으로 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견주에게 학대받은 강아지는 견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의 격리 후 다시 견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난해 7월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반려동물 소유를 제한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도 미약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2020년 10월에 동물학대 등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구속기소 된 피의자는 2명뿐이다. 절반 이상인 1741명은 불기소 처리됐다. 한 전략사업국장은 “경찰의 수사매뉴얼은 내용이 부실해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고 법원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조차 두지 않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제대로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재판을 받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실험동물, 실험대 위에서 스러지는 영혼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서 다뤄지는 동물학대 사건에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실험실 등에서도 동물학대는 자행되고 있다. 정 운영국장은 “실험동물은 폐쇄적으로 관리돼 내부자가 아니면 그 실체에 대해 알 수가 없는 구조”라며 “동물실험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험동물은 생물학 연구나 교육 목적으로 사용되는 동물로, 현재 동물실험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2019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약 371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실험동물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문제는 대부분의 실험동물이 강도 높은 고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실험동물에 가해지는 고통 등급은 가장 약한 A등급부터 가장 센 E등급까지 총 5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특히 E그룹의 경우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고 동물이 참을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극심한 고통을 가한다. 한 전략사업국장은 “D~E그룹의 경우 눈에서 피를 뽑거나 일부러 염증이나 괴사를 발생시키는 등의 실험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실험동물 중 D~E그룹은 70% 이상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실험동물이 심각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정식 공급업체에서 공급받지 않은 동물이나 유실·유기동물을 실험에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실험의 신뢰도를 위해 유전적으로 규제된 동물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기관은 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암암리에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 운영국장은 “교육기관은 법망의 밖에 있어 출처가 불분명한 동물을 사용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며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존재하나 위원회가 학교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학교 내 구성원이 계획서를 제출하면 대부분 승인해주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11월에는 경북대 수의대의 모 교수가 식용 개 시장에서 구매한 개를 실습에 활용한 혐의로 고발됐다. 해당 사건은 참여 학생들의 증언도 있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정 운영국장은 “동물실험을 동물대체시험법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동물실험이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를 국가기관으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84m²의 바다, 수조에 갇힌 전시동물
수족관이나 동물원에 전시되는 동물에 대한 동물권 침해도 심각하다. 전시동물은 좁은 수조와 우리에 갇혀 사람들의 시선을 받거나 동물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돌고래, 벨루가 등의 고래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 들여온 돌고래 61마리 중 절반이 넘는 31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략사업국장은 “고래류는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수조의 벽에 초음파가 반사되고 울려 소음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며 “수족관에 갇힌 고래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돼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정형행동을 보이다 면역력 저하나 세균 감염 등으로 단명한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도 전시동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 전략사업국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으로 인해 실내·체험동물원 등에서 동물을 학대에 가깝게 방치하고 있다는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일, 대구 달성군의 한 체험동물원이 1년간 동물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정 운영국장은 “동물들이 동물원의 소유라 구조가 어려웠다”며 “동물원 측이 동물을 팔아 처분하려 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이를 다시 매입하는 형식으로 동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동물과 인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한편 동물권의 보장을 위한 사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대폭 수정된 전시동물 관련 정책이 시행된다. 동물원·수족관의 설립이 기존의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변경됐고, 동물체험 프로그램과 수족관에서 새로운 고래류를 들여오는 일도 전면 금지됐다. 지난 9일 법무부가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해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동물의 법적 지위 또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 운영국장은 “과거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발전했다”며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 I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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