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크림브륄레, 산딸기, 요거트, 말차초코칩…. 세상에는 다양한 맛의 마카롱이 있다. 다같이 모여서 마카롱을 먹을 때 인기순위 1위는 단언컨대 산딸기다. 민트맛 마카롱은 취향을 탄다. 언젠가 친구들과 16개입 마카롱을 시켰을 때 사장님께서 포스트잇으로 마카롱 맛별 위치를 표시해준 적이 있다. 포스트잇을 갖고 있던 난 좋아하는 맛만 쏙 골라먹을 수 있었는데, 친구들은 마카롱의 색만 보고 좋아하는 맛을 골라내기 위해 꽤 고생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보의 독점과 불균형은 이같이 독선적이고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마카롱’의 위치로 나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 투기꾼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부동산 불법투기를 했다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폭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민의 분노와 좌절이 크다는 방증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진짜 선수’는 차명 거래로 이미 빠져나갔을 것이란 의심이 강하게 든다. 현재 조사 방식으로는 실명이 아닌 차명 거래까지 제대로 밝혀내기 어렵다. 차명 거래를 통한 투기 의혹 등은 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지켜봐야 한다. 이외에도 민변의 지적처럼 신도시 지역 부동산을 보유한 직원뿐 아니라 과거 보유했거나 과거 근무했던 직원 등의 사례도 파악해야 하고, 가족 명의로 토지를 사거나 인접 지역 땅 매입 등도 따져봐야 한다.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을 투기하고 거액의 이득을 남긴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언론인 및 기업가 등 힘 있거나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들보다 더 맛있는 마카롱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든 장본인에게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정보를 미리 아는 특혜가 주어진 것처럼 말이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설상가상으로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이용해 토지를 사들인 LH 직원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LH 직원들도 부패방지법상 ‘공직자’이므로,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적용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업무처리 중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3기 신도시 지정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졌고, 광명·시흥 지역은 언젠가는 개발될 유력 후보지였다는 점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증과 사법적 입증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LH 직원들의 경우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방지의무 위반으로 단순 징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농지법 측면에서는 현행 기준으로도 토지 처분 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강제는 어렵다. 명령을 받아도 처분하지 않으면 그만인 탓이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은 소수의 짬짜미와 특혜로 얼룩져 보인다. 정의로운 결과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답까지의 과정은 멀고 험난하며, 마카롱의 달콤한 맛은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