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I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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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년에 설립됐으면 아시아 최고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군요!”

2년 전 세계 3대 투자자로 유명한 싱가폴의 짐 로저스 씨 댁을 글로벌경영학과 학생들 10명과 방문했을 때에 그분이 우리에게 일깨워주신 말씀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의 역사가 한반도 안에서만 최고냐 아니냐는 것에 매달려 있었다. 역시 글로벌 투자자라 그런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범위를 넓혀 보니, 아시아에는 그 어떤 대학도 성균관보다 먼저 설립된 것이 없다. 물론, 누군가는 계속 “엄밀하게 말해서 유럽식의 대학조직체가 어쩌구 저쩌구”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 최고의 고등교육 공동체로는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조직이 아시아에 우리밖에 없다는 점 하나는 분명하고 자랑스럽다.

예일대를 나오신 로저스 씨는 말했다. “랭킹은 매기는 기관과 점수 기준에 따라 좀 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만, 오랜 역사는 그것 하나만으로 가장 중요한 자랑거리입니다. 최고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그 말씀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기억하면서 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대학에 와 준 교환학생들과 유학생들에게도 고맙고,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대해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아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식욕일진대 학생식당의 시설에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국제화가 됐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식권 발급기는 얼마나 전세계 학생들이 다 읽고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돼 있을까? 즉, 영어로 돼 있을까? 서구식 메뉴를 더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버튼 얘기이고, 화면 얘기이며, 언어 얘기이고, AI 시대에 중요하다는 UX(사용자 경험) 얘기다. 어쩌면 QS라든가 THE같이 대학의 랭킹 매기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본 중의 기본인지라, 이걸 점수화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을거다.

김치찌개, 닭볶음, 돈까츠, 떡만두국, 등등. 다 맛있는 음식들이고 일부는 우리의 문화를 알려줄 기회다. 헌데, 그 순간, 내 자신을 한 번이라도 외국인 유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적 있으신가? 한글에 달통하지 않고는 읽을 수가 없고, 화면을 터치해서 식권을 받고, 영수증을 프린트하랴 마랴 하는 선택을 터치하고, 마무리지을까 말까 하는 터치를 하기까지 단 하나도 영어가 없다. 북한에 가도 이 정도로 한글만 강요할지 궁금할 정도다.

누군가는 “아쉬운 놈이 우물 파는 거라고, 배고픈 그 절박한 순간이야말로 외국인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한글을공부할 기회다”라고 변명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외여행 가 보신 분들은 아실 것 아닌가? 우리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특히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쓰는 국가들에서 영어 메뉴 글자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러면 우리도 우리 곁에 나그네들한테 그 정도 호의는 베풀어야 되지 않을까?

방학 중에 학생식당 메뉴 기계를 보니, 같은 메뉴도 학생용과 교수용 버튼이 따로 있었다. 왜 교수용이 따로 있어야 하는지 다들 의아해했는데. 앞으로는 그 교수용 버튼들을 영어 메뉴로 바꿔주시기 바란다. 화면도 크고 프로그래밍도 어렵지 않을 텐데. 그리고 그걸 누르면 프로세스하는 것도 영어로 표시해 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개별 메뉴를 어떻게 번역할지 막힌다면,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외국 체재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고용해서 번역작업을 수시로 맡기면 된다. 사실 파파고에 구글번역기만 써봐도 웬만큼 되지만. 이게 아니라면 사진 버튼은 어떨까?
 

김영한 교수(경영학과)
김영한 교수
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