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눈이 마주친다.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와, 링컨과, 나이팅게일과, 앨런 튜링과. 

온라인 가계도 플랫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가 새롭게 공개한 딥노스탤지아(Deep Nostalgia)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같이 짧고 강렬한 만남이 가능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이헤리티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얼굴이 나온 적당한 크기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된다. 돌아가신 선조와 역사적 인물, 조각상까지도 괜찮다. 딥노스탤지아는 얼굴과 이목구비만 정확히 보이면 사진이건 그림이건 모두 움직이게 만든다. 혹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만들어 게재하기도 했다.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동작을 적용하는 이 기법을 통해 0과 1로 이뤄진 생을 얻은 반 고흐는 좌우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살짝 웃기도 한다. ‘딥노스탤지아를 통해 최근 병환으로 숨진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거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젊은 시절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는 사연이 누리꾼 사이에서 ‘감동 실화’로 퍼지고 있다. 딥노스탤지아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이미 사망한 이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잠깐이라도 달랠 수 있는 방편인 것이다. 

하지만 잠깐 이 기술의 무시무시함을 실감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딥페이크와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딥노스탤지아의 AI는 입력받은 사진을 조각낸 후 각각의 조각에 맞는 각도와 표정을 원본 사진에 덧씌운다. 딥러닝을 이용해 동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잘라 합성하는 일반적 딥페이크 기술과 같은 패턴인 셈이다. 먹먹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의 먹먹한 고향이, 누군가에겐 삶을 끝내버리고 싶은 계기가 된다. 마이헤리티지에서는 이를 방지하고자 현재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은 올리지 못하도록 ‘경고’했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만으로 고통에 빠질 누군가를 구해내진 못한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인권위법으로는 최근 누군가의 목숨을 지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처럼 말이다(본지 이번 호 “칠전팔기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제 일어서야 할 때” 참조). 

기술의 비중립성은 차치하고서, 완벽한 ‘Act humanly’ 관점에서 되살아난 이들에게 말을 걸어보자. 첫 번째, <역사적 인물>편. 최근 김치와 한복 등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문화 공정 실체를 보고 우리의 선조들은 말을 이을 수 없을 만큼 통탄에 빠질 것으로 감히 예상해본다. 두 번째, <AI의 아버지>편. 인공지능 테스트(튜링 테스트)를 최초로 시행한 사람으로 알려진 앨런 튜링은 이 신비한 기술에 ‘역시 내 후배들’이라며 자랑스러워할까, 혹은 아직은 부족하다며 인류의 발전을 채찍질할까. 

마지막으로 죽음으로써 사회에 항의하고자 했으며, 혐오와 차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자. 타의에 의해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는 ‘자살’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라온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IP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갑자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태세변환이 빠른 전 악플러를 보고 놀랐을 것이라 예상한다. 빠르게 이전에 작성했던 악플을 삭제해버리고, 반성이 결여된 면피에 불과한 선플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악플러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을 수도 있다. 

사실 딥노스탤지아에는 인간들의 욕심이 가득하다. 이미 사람은 죽고 없는데, 이제서야 목숨값의 무게를 깨닫는다. 후다닥 뱉었던 말들을 주워보려고 애쓰지만, 무용하다. 철저히 산 자의 관점에서 죽은 자를 세계로 불러들인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했어야지. 

김지우 편집장wldn9705@skkuw.com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