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회가 인정할 만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인가. ‘성’스러운 국민은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즉 초국가적인 시각으로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 체제를 분석하며 그 체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사상이 얼마나 끊임없이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위계화했는지 밝혀낸다.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와 그렇지 않은 부녀. 군대에 갈 수 있는 ‘진짜 사나이’다운 남성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성(聖)스러운 국민, 성(性)스러운 국민. 나는 어느 쪽인가. 우리는 어느 쪽인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작년 ‘현대소설의 이해’ 과목을 수강하면서다. 이 책에 수록된 ‘국가를 위해 죽을 ‘권리’ -병역법과 ‘성스러운’ 국민 만들기’라는 글을 통해 나는 일제에서 시작해 해방 이후, 한국전쟁, 그리고 현재까지 병역법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정상적인 남성성’과 그 외의 ‘예외 상태’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1962년 개정된 병역법은 일제가 그랬듯 병역 종류를 제1국민역과 제2국민역으로 구분했다. 병역법은 현재까지도 월북하거나 탈북한 자의 징집을 연기하거나 면제시킨다. 1970년대 혼혈인들은 국가에 병역을 지겠다고 요청했으나 국가는 이를 거절하고 이후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아”를 병역에서 면제시키는 것을 법제화했다. 

그러나 이렇게 경계를 지어온 병역법은 1980년대 말 ‘민주화’를 거치며 그 권위가 도전받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방면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필자는 이를 언급하며 이러한 담론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자에게 병역과 우리나라 시민의 권리, 의무와의 관계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하는 필자의 마무리에는 우리 사회의 성장 가능성에 관한 희망이 보인다. 아마 필자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담론들을 매듭지으며 한층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않았을까.

이 글에서는 병역법으로 대표됐지만 나는 그 뒤 다른 수업에서도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내재한 이분법적 논리와 그렇게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각기 다른 표현으로 마주했다. 수많은 텍스트 속 수많은 세계를 보며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임을 인정하고 고민했다. 무언가가 실존하는 생명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그 무언가가 옳을 수 있을까. 사회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을 규정한다면 그 누가 온전하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일까.

이 책이 던져준 의문과 함께 누구도 명쾌하게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만 쌓였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성장시켜나가야 할까. 성장시킬 수는 있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다면 대답해줄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그 대답을 고민해봐야 할 터다. 최근에는 그 시작으로 그저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그 생각에 싹을 틔워나갈 예정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손민정 부편집장0614smj@skkuw.com
손민정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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