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 것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부터였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지만, ‘20대에 최대한 경험할 수 있을 만큼 경험하자’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자연스럽게 교환학생을 하고자 마음먹었고 지금 체코에 ‘브루노’란 도시로 왔다.

내 꿈을 하나 말하자면 나는 ‘쿨’한 ‘아시안’ 미디어 문화를 하나 구축하는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빌보드를 평정하고 기생충이 골든 글러브 4관왕에 도달했다고 극찬하지만(그리고 그들이 달성한 성취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시안 문화는 ‘소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으며 한국문화도 그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성균관 대학교에서 ‘유학동양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각 학과에서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를 발전시킬 요소들에 대해 공부했다면, 이제 외부의 시선을 공부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문화에서 어떻게 이질적인 동양문화를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교환학생을 가고자 했다.

아직 한국문화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힙합 노래를 궁금해하는 그리스 친구, 블랙 핑크의 노래를 듣고 파티마다 블랙 핑크 노래를 듣자고 조르는 포르투갈 친구들, 한국 노래를 한번 보여달라는 체코 외 각국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경험했다. 그들을 통해 그들이 선호하는 문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한국 문화를 이해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나 또한 한국문화를 어떻게 당당하게 인정하고 표현할 것인지 배운다.

더불어 한국에서의 나의 삶은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지라 오로지 학문에 집중하지 못한 감이 있다. 졸업을 위해 채워야 하는 학점,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하는 스펙들, 신경 써야 하는 인간관계 그리고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의 지원과 생계를 위해 벌어야 하는 돈들. 작년 학기에만 학회장, 외부 봉사활동, 스타트업 인턴쉽 활동, 동아리에서 맡은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잘 버틸수록 요구되는 책임감 속에 내가 필요한 건 ‘쉼’이었다.

모든 역할을 마쳤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의미 있게 쉬길 원했다. 체코에 도착하고 많은 친구에게 ‘왜 브루노를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또한 많이 궁금해할 것인데 내가 마사릭 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학과 조교로서 일할 수도 있으며 브루노 위치상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아직 2주일밖에 안 됐지만, 나는 아직 브루노가 좋다. 브루노는 유럽에서 흔한 소매치기가 없고, 인종차별도 없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다. 어쩌면 이 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직 학교 수업을 첫 주 밖에 안 들어서 마사릭 대학교에서 경험한 바가 크지 않지만,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그리고 앞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혹여나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는 친구들이 있다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다고, 국적을 떠나 그들을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이고 당신과 맞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존재할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당신은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마음을 갖고 가길 바란다.
 

백지윤(유동 17)
백지윤(유동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