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과거 한 학생이 면담을 청해 고등학교 때도 창의적 연구 활동을 했는데 대학에 오니 오히려 주입식 수업에 문제 풀이와 시험만 반복되고 있다고 실망감을 토로하였다. 최근의 여러 주장을 보면 창의성이 화두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삼성전자가 더 많은 매출에도 순이익이 애플보다 적은 것은 창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질타도 있고,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약하게 해 창의력을 죽인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주입식 교육으로 어떻게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을 것이며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획일적으로 지식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위의 학생은 지금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연구를 원한다면 해보자. 단 너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연구를 하자”라며,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하였다. 당연하겠지만 학부 2학년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는 어려웠다. 문제 해결을 떠나 문제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말했다. 네가 고등학교 때 한 연구 활동은 페널티 킥을 차는 것과 같다. 누군가 골대 앞에 공을 놓아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진정한 연구는 많은 수비수를 돌파하며 골을 넣는 것과 같다. 네가 공부하고 문제 푸는 모든 과정은 골문까지 돌파하기 위해 쉼없이 개인기와 체력을 기르는 축구선수의 노력과 같다. 그 과정은 물론 지겹고 지치게 할 것이다. 또한, 차가 빠르다고 그라운드에서 차를 몰고 축구를 할 수 없듯이 스마트폰에 물으며 연구를 할 수도 없다. 창의력을 갖고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야 한다지만, 개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 물으면 다시 창의력으로 돌아간다. 담론은 담론 자체로 상품가치가 있을 뿐이다. 부자가 되는 법이라는 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저자밖에 없다는 농담처럼 말이다. 4차 산업 혁명에 필요한 새로운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깊은 수학적, 물리적 지식이 필요하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 책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창의적이라는 스티브 잡스는 대학 교육으로 기른 사람이 아니다. 그이의 창의력을 교육으로 기르겠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학에서 창의력이란 적절한 지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다. 시험이 끝난 후 아는 문제 못 풀었다고 통탄한 적이 한 두 번 있을 것이다. 아는 문제를 왜 못 풀었을까? 실제로는 학습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지식들이 머리 속에 산재되어 있다가,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험이 끝날 때쯤 주어진 문제와 쌓인 지식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시험이 끝날 때 내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이다. 유기적 결합을 위해 그 지식은 구글 서버가 아니라 우리의 머리 속에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지식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고전 물리에서 양자 물리로의 도약이 이루어지는 때처럼 말이다. 결국 기존 지식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도약도 없으며, 쌓인 지식이 없다면 유기적 결합도 있을 수 없다. 

학부 시절 공부하는 내용들은 근현대의 수많은 천재들이 평생 연구한 내용들을 몇 줄, 몇 페이지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들의 평생의 노고를 한 번 읽고 이해한다면 여러분은 그들을 능가하는 천재이다. 교수를 20년째 하던 어느 날 교과서 한 구절의 의미가 갑자기 뚜렷이 다가온 적이 있다. 학부 시절에 수업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며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고립된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에 의존하며 여러 과목을 동시에 학습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지런히 읽고, 풀이하면, 그 지식들은 여러분들의 머리에 자리잡게 된다. 지금은 뜬구름처럼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어도, 어느 순간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여 고민할 때 구름처럼 쌓였던 지식들이 비가 되어 내려올 것이다. 구름이 만들어 지지 않으면 결코 비는 내리지 않는다. 후학들의 외로운 학업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