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지윤 기자 (nanana@skkuw.com)

성대신문에 입사한 후, 지난 학기 트레이닝을 거쳐 이제 방중활동을 마친다. 수습일기의 "수습"이란 앞으로 기자로 활동하며 필요한 업무들을 배워 익히는 것을 뜻하지만 나에게 수습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저번 학기와 이번 방학은 나에게 내 선택에 대한 수습, 벌어진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서를 작성하며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했던 초심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고, 권리보다는 책임과 의무가 많은 이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문득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인가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내가 구매한 자발적 고생이라 불평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바로 기사화될 문건이 아니기에 마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과제처럼 트레이닝에 임했던 것 같다. 신문이라는 한 과목을 더 수강하는 기분에 지칠 때쯤, 편집회의에 참관하게 되었고 이 모든 생각들이 바뀌었다.

우리가 마주하는 지면 뒤에 그토록 많은 노력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기사 속 모든 문장과 단어의 구성에 신문사 구성원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도 몰랐다. 수동적으로 기사 작성이라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신문을 만들어 가기 위해 모두가 능동적으로 붓을 들고 모두가 직접 질문을 던지며 지면을 채워가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가졌던 태도가 얼마나 가벼운 것이었는지, 그에 반해 지닌 책임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두드린 문, 발을 디딘 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습을 해야했다.

방중 활동은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이뤄졌지만, 회의는 온라인으로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기자를 지망하는 것도 아니면서 뜬금없이 신문부에 방학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방중활동을 마친 지금, 후회는 없다. 늘 주어진 질문에 답만 하던 내가 출제자가 되어보았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시간이었다. 시킨 사람이 없었는데도 새벽까지 문건을 수정했고, 좋은 소재는 없을지 틈틈이 고민해보았다.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지면에 실린 기사는 없어 체감이 안되지만 인터뷰이에게 스스로를 성대신문 사회부기자라고 소개할 때에는 기분이 정말 묘했다.

수습기간을 마쳤다. 그리고 나의 수습도 일단락되었다.
이제 비교적 수습된 내 선택의 문을 뒤로한 채 한 발자국씩 나아가보려 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취재후기를 작성할 쯤에는 내게 주어진 책임들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