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원 기자 (nanchoc09@skkuw.com)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한다. 보통 이 말은 언론의 영향력과 그 책임이 강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나는 수습기간을 겪어오며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해도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작년 9월에 수습기자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단순히 잘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내 마음가짐을 고쳐야 했다. 그렇게 추상적인 열정만 가지고 부딪히기엔 성대신문의 체계는 날카롭고 꼼꼼했다. 매주 월요일(혹은 수요일)에 트레이닝을 받다가 부서별 과제를 할 때는 초반부에 가졌던 내 마음가짐을 돌아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다수에게 신뢰성 있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사의 틀부터 꼼꼼하게 다져야 하는데, 이런 세심함과 책임을 다소 가볍게 여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사의 기획의도와 바탕이 되는 자료들이 명확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을 내가 지게 되면 어떡하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나름 고심해서 들고 간 주제가 남들에겐 무용하게 느껴지면 어떡하지 등등 다양한 걱정을 한 것 같다. 더 이상 나에게 기사는 정보전달매체의 한 종류가 아니라, 세심하게 다루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는 공예품같이 느껴졌다.

이런 부담감은 점차 이전과는 다른 다짐으로 바뀌었다. 첫 번째 편집회의에 참관하고 n차 방중회의를 거치며, 어느 순간 이 회의 과정들이 기사 주제라는 원석을 다듬는 과정이라 느껴졌다. 정말 펜을 들고 원석을 깎고, 다듬는 그 과정들이 체계적이고 꼼꼼해서 섣불리 피드백을 못한 적도 많았다. 기획문건은 개인이 각각 들고 가지만, 그 문건을 다듬는 과정엔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며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막연히 가지고 있던 부담감은 이제 열정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고 느꼈고, 나도 언젠가는 글을 잘 깎고 다듬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랐다.

정말이지 기사는 생각 이상으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칼보다 날카로운 펜으로 완성된다. 이제는 나도 펜을 든 공예가 중 한 명이 되었기에, 공예품을 세공하듯 기사를 체계적으로 기획해야만 한다. 적절한 때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성대신문 일원들의 열정을 실감한 만큼, 나도 앞으로 통찰력 있고 열정이 전해지는 기사를 쓸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기사를 기획하고 다듬는 과정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