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I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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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 봄기운이 따스하던 30년 전 어느 날의 점심시간이었다. 명륜캠퍼스의 교수회관 1층 식당에서 앞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시던 원로 교수님께서 한참 어린 교수였던 필자를 보며 말씀하셨다. “정말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어.”

그 때는 반세기에 걸쳐 지구를 반으로 나누었던 냉전의 벽이 속절없이 무너지던 격변의 시기였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더니, 1991년에는 공산주의 종주국 옛 소련이 붕괴했다. 그 여파는 한반도에도 거세게 닥쳐왔다. 뛰어난 경륜의 노교수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혼돈을 경험하던 터였다.

어느덧 필자도 그 교수님처럼 세월의 무게를 지닌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 초에 갑작스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닥치면서 교수 생활 중 처음으로 모든 담당 과목을 수강생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이 초유의 상황속에서 그 노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정말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일까?

30년 전에 무너진 것은 냉전의 장벽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인간과 기계 사이의 직무 경계선도 그 붕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뒤처지거나 아예 낙오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삶과 조직에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에 성균관대학교의 장기 발전 전략이 세워질 때 성대 인재상의 세 가지 요소로서 교양인과 전문가에 이어 “리더”가 들어간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당시 학생처장이었던 필자는 리더십위원회를 구성하여 리더십 교과목 개발을 하였고, 이후 16년째 직접 리더십 강의를 해 왔다. 리더십을 배우고 가르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확실한 깨달음 중의 하나는 리더십에 달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몇십 년 같은 일을 하면 눈감고도 척척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달인의 이런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리더는 아무리 잘했더라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있다. 상황은 늘 예기치 못하게 변하고, 대중들의 욕구 또한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평생 새로이 도전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리더로 산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래의 관점을 놓지 않는 것이다. 격변의 시기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의 때이다.  『팡세』를 남긴 블레즈 파스칼의 선언처럼 우리 인간은 갈대와 같이 약함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 생각하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임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 미래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앞서가는 리더의 도전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같은 음식재료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인생의 맛도 누가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평생 리더로 산다면 때로 실패와 고난이 있더라도 진취적인 도전과 성취의 삶이 버무려져서 우리 삶이 신선하고 오묘한 맛으로 채워져 갈 것이다.

캠퍼스에 다시 봄이 왔다. 그러나 저마다 마스크를 쓴 모습에서 활기차던 예전 캠퍼스의 생동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30년 전 선배 교수님과 고즈넉하게 담소를 나누던 교수 식당의 분위기도 이젠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차피 닥친 새로운 환경이라면 밋밋한 격리의 일상 속에서도 신선한 미래를 꿈꾸어보자.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사에 등장하는 파스칼라인은 거창한 동기에서 발명 된 것이 아니다. 파스칼이 아버지의 세무 계산을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에서 시도 된 것이다. 1623년생 파스칼이 19세의 나이에 계산기를 생각하고 만들어내던 도전정신을 지금의 세대가 못 가질 이유가 없다. 각자의 삶에서 리더로서의 도전 주제를 찾아 한 걸음씩 행동으로 옮겨보자. 필자 또한 평생 리더의 삶과 도전을 생각하며 이웃과 사회에 기여할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되는 봄이다.

홍성호 교수프랑스어문학과
홍성호 교수
프랑스어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