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개강 첫날이 다른 날과 달리 딱히 특별할 것은 사실 없어요. 그날만 해가 쨍쨍 더 눈부실 리도, 불어오는 바람이 그날만 더 상쾌할 리도 없죠. 그래도 이 날이 여러분에게 특별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대학에서 맞은 첫 날 이기 때문이죠. 의미가 그 날을 특별하게 합니다. 새내기 여러분은 2021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올해를 2021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대학에 입학한 해로 평생 기억할 테니까요. 제게 1986년이 그렇듯이.

저는 50대 중반 중년 교수입니다. 교수로 맞은 개강 첫 날이, 학생으로 맞은 개강 첫 날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죠. 여러분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저도 여러분과 같은 젊은 대학생일때가 있었어요. 지금도 대학 신입생으로 처음 등교한 첫날의 흥분과 기대를 기억합니다. 그날의 쌀쌀한 날씨도요. 35년 전 대학 신입생 나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생각해봤어요. 모든 꼰대의 말이 그렇듯,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셔도 좋습니다.

넓게 읽으세요. 여러분의 생각의 폭은 독서의 폭에 비례해요. 또, 넓게 읽으면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읽고 재밌으면 그곳에서 시작해 독서의 폭을 넓혀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역사책을 재밌게 읽다 생긴 과학사의 관심이 과학책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말이죠. 훌쩍 저 너머로 건너가 닿은 곳에서 주변을 탐색하고, 그러다가는 또 다른 곳으로 훌쩍 넘어가기도 하구요. 생명체가 현실에서 먹이를 찾는 효율적인 전략도 이와 비슷해요. 주어진 시간에 넓은 지성의 세계를 탐색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껏 재미를 느꼈던 분야의 책만 읽지는 마세요. 읽다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재밌어지거든요.

자주 얘기하세요. 넓게 읽어 생각이 깊어지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싶어져요. 친구가 자기 얘기를 들어만 주어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정말 많아요. 아는 것만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말 하다 보면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된답니 다. 여러분 바로 곁에는 같은 세상,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가 있어요. 말하고 듣고, 그러다 밤새워 목소리 높여 격렬한 논쟁도 해보세요. 젊어서 한 고민이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함께 연대하세요. 곁을 준 동료가 경쟁의 상대로 보이기 시작하면 먼저 숨을 한번 고르고, 왜 굳이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왜 우리를 경쟁으로 몰아넣었냐고, 저 같은 꼰대 기성세대에게 함께 따지세요. 주어진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안에서 길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세요. 혼자서는 어려워도 여럿이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많이 경험하세요. 가끔 강의를 빠지고 친구와 함께 여행도 떠나 보세요. 출석 점수가 깎인 상심은 곧 잊혀 질 잠깐이지만, 친구와 떠난 멋진 하루 여행은 평생의 추억입니다. 저도, 대학 때 수업 들은 그 많은 날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수업 째고 놀라간 여행지와 친구와 함께 간 콘서트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연애도 많이 하시고, 운동도 많이 하시고, 공부도 많이 하시고, 뭐라도 많이 하세요. 정말 열심히 말이죠. 해보고 나면 후회라도 할 수 있지만,해보지 않으면 후회조차 못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