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리 기자 (kimguri21@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I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한국 게임 생태계를 고민하는 인디 게임
실패의 수사학으로 문제의식 전달하기도

인디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가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내용의 새로운 확장팩 모드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전염병이 퍼지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위 게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전파 양상과 유사해 화제를 모아 애플 앱스토어 유료 게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디 게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독립을 꿈꾸는 인디 게임 
인디 게임은 투자 회사나 배급사 등 기존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이러한 회사들로부터 게임의 기획과 개발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는 분야다. 따라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게임도 인디 게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이정엽 교수는 “사상적 독립이 인디 게임과 기존 게임을 구분하는 기준점”이라며 “기존의 메이저 게임에 대한 반대급부가 인디 게임이다”고 설명했다. 

인디 게임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당시 비디오 게임은 아케이드 오락실 게임기가 대다수로, 대규모 기업이 기판을 제조해 완성된 상태로 출시하는 형태였다. 따라서 오락실 게임기엔 개인 개발자의 개입이 힘들었으나 이후 개인용 컴퓨터로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오픈 엔진과 플랫폼,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창작을 돕다
오픈 소스 게임 엔진과 플랫폼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창작을 더욱 풍부하게 도와준다. 게임 엔진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된 소프트웨어로,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 등이 있다. 이 엔진은 별도의 비용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개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플랫폼이란 ‘컴퓨터 플랫폼’의 줄임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래밍된 오브젝트가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밸브(Valve)사의 스팀(Steam)은 게임의 구동과 다운로드까지 담당하는 대표적인 인디 게임 플랫폼이다. 개발자는 완성한 게임을 스팀에 올려 판매한다. 이곳에서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게임을 바로 다운로드 및 구동할 수 있다. 스팀에 게임을 등록하는 개발자는 스팀과 수익을 75:25 혹은 80:20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이렇듯 스팀은 개발자 친화적인 수수료 정책을 채택하며 인디 게임 개발자의 주요한 플랫폼으로 정착했다. 

게임 개발자는 개발 착수 전에 필요한 자금을 킥스타터(Kickstarter) 등을 통해 해결한다. 킥스타터는 소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개발자와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개발을 마친 후 게임이 출시되면 후원자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올리거나 한정 아이템, 굿즈 등의 보상을 제시한다. 2019년 기준 킥스타터의 게임 부문 누적 모금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활발한 게임 펀딩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디 게임이 전달하는 재미 
인디 게임은 개인의 이야기부터 사회 현안까지 섬세하고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 있다. 이 교수는 “대기업 게임이 트렌드를 쫓으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깊이 있는 고민이 생략되거나, 보수적인 노선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는 양성애자인 게임 제작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려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할 말이나 행동을 선택지로 제시하는데, 성소수자의 내밀한 속내를 파고들어 그 경험을 이용자와 공유하는 작품이다. 

게임은 체험을 하는 매체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아 다수의 이용자에게 넓은 공감을 살 수 있다. 개발자가 가진 문제의식을 게임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11비트 스튜디오가 제작한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소재로 하는 인디 게임으로, 일반적인 게임에서 보통 군인을 주인공 삼는 것과 달리 민간인을 주인공으로 두고 있다. 60일 정도 생존하면 게임 완수가 가능한데, 생존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면서 인간성이 파괴되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 교수는 “이용자가 결정할 수 있게끔 권한을 준 상태에서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며 “이때 실패를 경험한 이용자는 자신의 선택을 반추하며 고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과정은 이용자가 사회적인 문제나 현상에 대해 통찰할 기회가 된다. 국내에서도 역사적 소재를 다룬 인디 게임이 시도되고 있다. 코스닷츠의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는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겜브릿지의 ‘웬즈데이’는 위안부를 소재로 해 출시 예정이다. 

인디 게임은 독특한 연출을 통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연출이 있다. 제4의 벽은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일컫는 말로 원래 연극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이 벽을 사이에 둔 관객과 배우는 서로 간섭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조작 기능은 이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진다. 토비 폭스의 ‘언더테일’은 게임 속 인물이 실행 창을 마음대로 꺼버리거나 정보를 저장한 파일을 마음대로 뒤바꾸는 구성을 취한다. 리틀 캣 피트에서 개발한 인디 게임 ‘원 샷’은 게임 실행 창 외에 새 창을 띄움으로써 컴퓨터 밖의 이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으로 인디 게임은 이용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
인디 게임은 기발한 시도로 독창적인 게임을 창작함으로써 게임 문화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상업 게임 위주의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 성공한 인디 게임 사례는 주로 북미나 유럽 개발자 위주로 포진돼 있어, 한국의 게임 문화 산업에 대한 문제를 고려한 인디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대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강화형 아이템은 엄청난 결제를 유발하도록 해 비정상적인 게임 생태계를 만든다”며 “한국적인 인디 게임을 발전시키려면 한국 게임 업계에 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관되지 못한 심의 방식도 시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을 제작해 국내에 유통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가 필요하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 등 기업을 자율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해 게임 유통 시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하게 한다. 이후 게임위 소속 모니터링단이 게임위로부터 지정된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분류하는 게임물의 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재심사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PC나 콘솔은 모바일과 달리 게임 출시를 위해 게임위에게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며 “따라서 모바일 외의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하려면 이를 위한 심의 비용이 부가적으로 붙는다”고 설명하며 게임 개발의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콘솔=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전용 게임기를 의미한다.

 

스팀 인디 게임 페이지 ⓒ스팀 상점 화면 캡처.
스팀 인디 게임 페이지
ⓒ스팀 상점 화면 캡처.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 메인화면.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 메인 화면 캡처.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 메인화면.
ⓒ커밍아웃 시뮬레이터 2014 메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