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정 기자 (sunxxy@skkuw.com)

인터뷰 - 장재영(국문 14) PD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인디 게임의 매력
이야기적 요소와 게임적 요소를 고려한 연출

 

소개팅에 나가 “집에 에어컨이 19대 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성격유형을 묻는 말에 “나를 함부로 재단하려 하지 마라” 등의 허세를 부려야 살아남는다. 상대방이 “아까는 에어컨이 7대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묻는 순간, 일관된 거짓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게임은 끝난다.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에서 Top3에 들은 인디 게임 스타트업 ‘반지하게임즈’의 최근 출시작 ‘허언증 소개팅!2’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작동 방식은 아니지만 독창적인 재미 요소가 있는 인디 게임의 매력이 느껴진다. ‘반지하게임즈’의 각본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장재영(국문 14) PD를 만났다. 
 

인디 게임이 가지는 차별점이 있는가. 
게임을 ‘인디’로 분류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는 정의하기 조심스럽다. 어느 정도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다. 인디 게임은 비교적 적은 자본금과 투자금을 가지고 시작한다. 자본금과 투자금이 클수록 수익 창출을 고려해야 한다. 인디 게임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좀 더 기획했던 아이디어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재밌게 살릴지 고민하는 것이다. 적은 인원 특성상 개발과 수정의 과정이 긴밀하고 빠르게 진행돼 ‘만들고 싶은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 ‘반지하게임즈’의 독창성 중 하나는 탄탄한 텍스트의 진행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과 협업해 웹소설 ‘휴거 1992’를 게임화했다. 

이때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원작의 내용을 게임 속 문장으로 흥미롭게 옮기는 방법에 집중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게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텍스트를 구성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에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상호 연결과 확장에 대한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텍스트 기반 게임의 경우 이용자가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이 주어진다. 선택지는 어떻게 구상하는가. 
이야기적 요소와 게임적 요소를 고려한다. 이야기적 요소는 이용자가 살면서 가지는 성향이 어떻게 선택지에 반영될지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구해주려는 이용자도 있을 것이고, 아이의 짐을 훔쳐 달아나려는 이용자도 있을 것이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는 이런 다양한 성향을 고려해서 선택지를 배분해야 한다. 
게임적 요소는 말 그대로 게임으로서 재미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쉬운 과제에는 능력치가 적게 드니 적은 보상이, 어려운 과제에는 큰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게임의 논리가 있어야 이용자가 ‘게임성’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선택지를 구성할 때는 디자인의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게임 화면 상단에 있는 상황 설명 텍스트와 하단 선택지가 여유롭게 배치돼야 이용자가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게임의 각본을 만들어간다.
 

‘게임성’을 고려해 글을 쓰는 방식이 있는가. 
게임도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는 ‘반지하게임즈’에서 스토리 외주 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다 직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성대문학상’에서 수상한 경력을 좋게 봐준 것 같다.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며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을 자주 썼지만 문학을 쓰는 것은 게임 각본을 쓸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반지하게임즈’에서 출시한 ‘서울 2033’은 소설의 형식을 취한 텍스트가 제공되고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지를 고르며 플레이하는 ‘텍스트 인터랙티브’ 게임이다. 제공되는 텍스트에는 이야기꾼 화자가 등장해 “당신은 이쪽으로 갔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다” 등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직접 알려준다. 그래서 이용자가 게임 속 인물의 기분이나 상태를 모두 파악할 수 없다. 그런 부분에서 이용자가 소설을 읽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당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말합니다” 등 간접적으로 풀어서 쓴다. 
 

반지하게임즈의 '허언증 소개팅!2'
반지하게임즈의 '허언증 소개팅!2'

 

사진 I 김선정 기자 sunxxy@skkuw.com
사진 I 김선정 기자 sunxxy@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