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민주 기자 (minju0053@skkuw.com)

최근 방송에서 저택을 공개한 혜민 스님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남산이 보이는 등 화려한 저택의 모습이 혜민 스님이 몸담고 있는 불교 문화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는 누적 30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닌, ‘멈춘 채로’ 간직한 평화를 이야기했던 그였기에 반향은 컸다. 이에 혜민 스님은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습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혜민 스님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알 수 있듯 종교인으로서의 미덕은 흔히 ‘가지지 않는 것’이 된다. 종교인은 많은 이들이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자 따르는 이다. 다시 말해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방증이다.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은 승자의 요건으로 남는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에 유행하고 있는 ‘flex’라는 단어가 시사하는 바는 깊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출발한 이 단어는 ‘몸을 풀다’라는 원 뜻에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의미를 담게 됐다. 이 단어를 통해 소셜 미디어에 자랑하는 풍토가 이어졌다. 소셜 미디어 상의 수많은 친구들에게 ‘flex’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만큼의 소비를 손쉽게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부럽다는 댓글이 달린다. 순식간에 우월감이 찾아온다. 부를 과시하는 한, 나에 대한 열광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부의 소유에는 희소가치에 따른 한계가 나타난다. 태생적으로 부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계속해서 부를 쌓아간다. 부자는 부자를 낳고, 재산의 승계는 우리 사회 내에서 신분제 계급처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토록 강건한 부는 몇 명이나 누릴 수 있는 가치인가?  


연예인도 동경의 대상이 된다. 아름답게 꾸며진 외모와 넘쳐나는 재능으로 그들의 삶은 번쩍거리기만 할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스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동일하게 태어나지만, 인간이라는 사실 외에는 모든 조건을 임의적으로 배분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자일 수도, 부자가 전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방면에 특출할 수도, 도무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때문에 때로는 ‘flex’하지 못하는 현실이 비수처럼 찾아온다. 남산은커녕 내가 소유한 집을 구하기도 힘든 세태와, 기회의 문을 아무리 두드려 봐도 열리지 않는 취업난은 삶을 쳇바퀴 속에 올려놓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달리고 나름대로 귀한 것을 소유하려 한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 그러한 마음은 하루를 불안에 잠기고 지치게 한다. 결국엔 물음 하나를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저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우리는 영원한 소비자”라며 “우리는 소비하고 고대하지만 우리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실망한다”고 말했다. 프롬의 말처럼 사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일상 그 자체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영원한 소비자’ 노릇을 타개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모두가 혜민 스님의 인간적인 말에 공감하고 부여했던 가치가 당연하게도 소비할 수 있는 삶을 도왔을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 부로 창출되는 사회, 그런 사회 안에서 우리는 실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비울 수 없다면 우리가 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려있다.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
박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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