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안녕하세요? 우리 대학에 부임한지 벌써 세 해째인데 지면으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네요. 첫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거의 없는 “성균”이라는 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를 찾아보아도 1398년 한양의 “성균관”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로 시작할 뿐, 아쉽게도 “성균”이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이며, 왜 최고교육기관의 이름으로 채택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성균”의 최초의 의미는 “인간의 도덕적 완성에 대한 음악적 은유”입니다. “균”은 조율한다는 의미이며, “성”은 완성을 뜻합니다. 그 많은 유교 경전 가운데 단지 두 군데에 “성균”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주례(周禮)』의 「대사악(大司樂)」에서는 “음악적 조화의 원리(成均之法)”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이들을 교육한다는 대목이 나오고, 『예기(禮記)』의 「문왕세자(文王世子)」에서는 교육의 최종 단계에 이르러 덕성과 역량의 모든 면에서 조화를 이룬 사람을 “마치 음악적 조화처럼 균형을 이룬 상태(成均)”라고 표현합니다. 

유교 경전 안에 “성균”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제 중국 학제의 역사에서 보면 “성균”은 거의 잊힌 이름이었습니다. 가장 크고 높은 학교라는 의미의 “태학(太學)”, 귀족 자제들의 학교라는 의미의 “국자감(國子監)” 등이 대표적인 명칭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 사람들은 “성균”이라는 말이 경전에서나마 최종적인 교육 목표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기는커녕 대부분 “성균”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릅니다. 

“성균”을 최고학부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려 말 충선왕대의 일(1298년)이었습니다. 조선왕조가 건국된 이후에도 “성균”은 최고학부의 이름으로 살아남았고, 조선 시대의 지식인들은 “성균”을 그저 최고학부의 이름이라 당연시하는 대신 유교 교육의 이상으로서 지속적으로 음미하면서 “인재를 양성하고 풍속을 두터이 한다(成人才, 厚風俗)” 등등 다양한 표현으로 변주해냈습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이 “성균”을 “아직 성취되지 못한 재능을 완성시키며, 고르지 못한 풍속을 조율한다(成人才之未就, 均風俗之不齊)”고 풀어낸 데에는 그럴만한 계보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최고교육기관에 음악적 은유인 “성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마디로 하자면 “조율하는 인격”을 교육적 이상으로 삼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풀어 말하면 자신의 재능과 덕성을 조율하고 타인과 나의 관계를 조율하며 이로써 얻어진 역량으로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조율해낼 수 있는 인격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인 “성균”은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최고가 되겠다는 구호보다 훨씬 우아하고 성숙한 교육적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인식”을 가지고 “시대적 사회적 환경에서” "보다 나은 생활의 방도를 발견하여" "개(個)의 발전과 전체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해달라는 심산 선생의 당부(김창숙 1954, "성균인에게 주는 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의 현을 울립니다. “성균”이라는 교육적 이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매번 그 시대의 언어로 다시 해석되면서도 또한 한정된 시대를 뛰어넘는 연속성을 지녀온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입니다. 인문학과 자연학 사이의 융합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오늘날에도 “성균”의 의미를 음미해서 재창조해낸다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교육적 이상일 뿐 아니라 미래의 비전으로 되살아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I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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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교수유학동양학과
박소정 교수
유학동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