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가상의 실재(實在)는 어마어마하다. 그것으로 우리의 행위가 결정되고 규범이 형성된다. 이를 소위 문화라고 부른다.

보드리야르는 이 가상의 실재를 제3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이를 사물화라고 부른다. 사랑, 정의, 행복, 종교, 법률 이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피상적인 세계이지만,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가상의 실재이다. 이 가상의 실재가 우리의 행동, 물건을 사고파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할리우드와 MIT 미디어랩은 가상의 실제를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프랑스 학자 보들레르는 1차 시뮬레이션을 통해 쌀과 밀을 만들고 이를 상품(goods)이라고 하고 2차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차와 옷을 만들고 이를 제품(products)이라고 했다. 3차 시뮬레이션은 영화, 드라마, 또는 인공지능 등 이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실재를 만드는 것을 3차 시뮬레이션이라고 하고 이를 이전과 구분하여 “시뮬라시옹”이라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한류를 경험하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상품화(commodification) 과정의 핵심은 호모사피엔스만이 가지는 전두엽의 추상적이고 이성적인 욕망(desire)이 있어 가능하다. 소리를 통해 음악으로, 텍스트로 소설을, 색으로 그림을, 감각으로 스포츠를 통해 가상의 상품을 만드는 것을 배우고 전수한다.

이 가상의 실재를 사물화하여 보여주는 방식이 소설, 문학, 만화를 거쳐 방송드라마, 영화로 진화하고 있다, 가상의 실재에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실재를 재현한 예술작품은 실체로부터 두 걸음 떨어진 가상이기 때문에 플라톤은 예술을 기피했고, 심지어 예술가를 국가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실재와 가상을 두 개로 선명하게 구분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있고, 플라톤은 이를 비판했다. 그는 실재를 다시 형상과 질료로 분류한다. 질료(質料, matter, hyle)가 지각되지 않는 잠재상태라면, 형상(形相, form, eidos)은 질료가 실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잠재상태 개념을 통해 지각되지 않는 실재의 또 다른 측면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질료(가상)는 영화와 방송을 통해 실재성을 갖게 된다. 이를 가상의 실재라고 부른다. 즉 영화, 소설, 미술 작품들은 실재의 세계가 아니다. 가상의 실재로 실재화, 사물화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방송과 영화는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이다. 이를 commodification이라고 부른다. <배트맨>, <아바타> <쥬라기공원>, <어벤저스>, <겨울왕국>, <해리 포터> 모두 사랑과 정의, 행복 등 가상을 실재화한 것이다. 이 가상을 실재로 인식하는 것은 사피엔스만이 가능하다. 어떻게 인식하고 지각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피그말리온 왕은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 가상을 실재처럼 느끼고 또한 그리되는 놀라운 체험이 가능한 것이 사피엔스이다. 또 관람객이 영화와 뮤지컬에 열광하며 그 가상의 실재에 몰입한다. 방송드라마와 영화는 도깨비처럼 백일몽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일상에서 이 가상의 실재에 몰입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만드는 가상의 실재는 이제 기계가 생각하고 만들어낸다. 우리는 소셜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보이는 사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로 갈지 모른다. 시각화와 사물화(reification)를 통해 가상의 내용을 실재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할 듯하다.

사피엔스는 가상적인 이야기가 실재와 되기 위해서는 그 드라마와 영화, 종교, 법률이 실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를 상호지향성(coorientation)이라고 한다. 그 가상을 믿고 상대방도 그 가상(사랑, 정의)을 믿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상의 실재는 문화로 작동한다.

사피엔스의 뇌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가상의 실재를 믿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속 허구가 실재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실재를 기대한다.

권상희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권상희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