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인터뷰-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이사

응답률 근거로 ARS 조사 방식 비판하는 것은 부당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접근할 필요 없어

여론조사 업체는 끊임없이 정확성 시비에 휘말린다. 다른 여론조사 업체와 비교당하고, 설문지에 의혹이 제기되며, 전화 조사 과정에서 원치 않는 응답자를 거부한다는 음모론도 듣는다.
여론조사를 향한 수많은 의혹에 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이사를 만났다.

전화 여론조사를 할 때 전화번호를 어디서 구하는가.
10년 전 전화 조사는 유선 전화가 적힌 전화번호부를 활용했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 업체가 2010년에 실시된 제5회 서울시장 선거 예측에 실패하자 표본 추출 수단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편 이후로도 지역 내 여론조사를 할 때는 유선 전화만 대상으로 했다. 휴대폰 번호는 유선 전화의 국번처럼 지역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한 지역 내에서만 표본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예측에 실패하자 2018년부터 이동통신사에서 원하는 △성별 △연령 △지역 조건에 맞는 *가상번호를 표본으로 제공해주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무선 전화 사용자를 표본에 포함한 것이다. 현재 리얼미터는 유선 전화와 무선 전화의 비율을 2:8로 맞춰 여론조사를 하고 있어 대표성 문제를 해결한 상태이다. 조사 기관별로 이 비율은 차이가 있는데, 리얼미터는 여전히 유선 전화 인구가 10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면접원 조사보다 ARS 조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가.
ARS 조사는 거짓 응답자나 소위 말하는 ‘*샤이 보수’를 잡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응답자는 △성 지향성 △인종 차별 △정치성향 같은 민감한 문제에 관해 모르는 면접원에게 있는 그대로 자기 성향을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체 상당수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의심을 사기도 한다.

ARS 조사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몇 가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인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모든 여론조사 업체에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여론조사 공표 기한에 이르러서야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우위로 집계됐다. 비록 ARS 조사도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낮게 측정됐지만, 면접원 조사보다는 일관되게 높은 지지율이 기록됐다. 제7회 서울시장 선거에서 면접원 조사를 채택한 기관은 리얼미터와 달리 김문수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우위라고 관측했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였다. ARS 조사가 열세로 여겨지거나 겉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후보의 선호도를 가장 잘 관측하는 도구라는 사실이 여러 차례 입증된 것이다.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아서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미국여론조사협회 AAPOR은 응답률과 여론조사 정확성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여론조사 타당성 제고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는가.
문항 하나를 만들 때도 수많은 변인을 심사숙고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선택지 순서를 무작위로 만들어 응답자마다 다르게 제공한다. 첫 번째 선택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여러 다른 업체는 긍정 평가에서 부정 평가 순이나 일괄 나열하는 등 선택지 순서에 신경 쓰지 않는다. 둘째로 정책 지지 여론조사는 문항 구성에 특히 주의한다. 대중에게 생경한 정부 정책을 물을 때는 여론조사 문항에 정책에 관한 설명을 꼭 넣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유지’ 찬반 여론조사에서 리얼미터는 정부가 사용한 설명문을 문항에 포함했다. 이에 정부를 두둔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정부 설명문을 넣지 않은 여론조사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어휘가 가진 긍정적인 느낌이 응답자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여론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의 여론을 예측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빅데이터가 떠오르는 등의 정보로 선거 예측을 해도 정확성이 떨어진다. 또 여론조사를 마냥 불신해야 할 만큼 여론조사가 부정확하지 않다. 여론조사의 실패로 거론되는 대표 사례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와 브렉시트 결과 예측 실패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조사는 힐러리의 승리를 전망했지만, 선거 특성상 더 높은 득표에도 힐러리가 패배했다. 지지도 관측은 결과 예측만 실패한 셈이다. 브렉시트 예측 실패도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가 났을 뿐이다.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와 항상 달랐으면 이미 시장에서 도태됐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여론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은 여론조사가 유일하다.
 

샤이 보수=자기 성향을 밝히기 꺼려하는 보수층을 일컫는 말.

가상번호=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무선 전화 번호에 일회적으로 부여하는 임시 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