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현재 나는 9개월째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지내고 있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자를 받기 전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청이 문을 닫았고, 비자를 받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인종차별이 심해지자 한동안은 밖에 나가는 걸 꺼리기도 했다. 봄학기에는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을 했다.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냈던 것 같다. 학교 측에서 기숙사를 임의로 바꿔 한여름 무거운 짐들을 나르기도 했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독일에 9개월째 남아있는 이유는 할 일이 줄어든 만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공기 좋은 작은 도시라 구름 없는 날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별이 잘 보이는 날 베란다에서 별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할 일이 없어서 향초를 켜놓은 채 책을 읽는다. 요리와 베이킹이라는 취미가 생겼고, 한국에선 자기 바빴던 내가 집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던 나였지만 독일에 와서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렇다 해서 매번 집에만 있지는 않았다. 독일은 세메스터티켓(semester ticket)이라 해서 학생증으로 그 주 내에서 무료로 기차를 탈 수 있다. 나는 니더작센주에 살고 있어서 니더작센주 내 도시와 다른 주지만 근교에 있는 도시들을 갈 수 있었다. 뤼벡, 함부르크, 뮌스터 등 독일에 살지 않았다면 방문하기 힘들었을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유럽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건 제약이 있지만, 독일 곳곳을 돌아보는 건 지금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근교 도시는 뮌스터인데, 여기에 좋은 추억이 많다. 처음 뮌스터에 갔을 때 한 아저씨가 사진 찍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Welcome to Germany”이라 외치면서 같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독일인들이 차갑다는 고정관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길을 걷다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니까 좋은 나라에서 왔다며 독일에서 즐겁게 지내라고 덕담해준 사람도 있었다. 

교환학생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것은 방학 동안 뮌스터에서 어학원을 다닌 것이었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여행을 다니면서 또 다른 생활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지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건 어느 상황이든 가치 있는 삶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증명함과 같았다. 특별한 교환학생 생활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맥주 마시고, 벤치에 누워 젤라토를 먹고, 가끔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또, 성균관대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독일 친구랑 뮌스터에서 1년 만에 만나기도 했다. 이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내 교환 생활이 빛났던 것 같다. 현재는 코로나 2차 확산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중요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이 남았다. 길든 짧은 이 시간을 여유롭게 지내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전 세계 모두가 힘든 이 시점에 용기 있게 지낸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에 인상 깊게 남을 것 같다.

 

정승연(사회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