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대학 인문사회캠퍼스 후문과 자연과학캠퍼스 글로벌 광장 앞에는 'Unique Origin'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슬로건은 성균관대가 다른 대학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성균관대는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을 계승하였다. 성균관은 고려의 국자감을 모체로 하고 있지만, 조선으로 왕조가 바뀐 후 수도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1398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그리고 그 터 위에 오늘날 성균관대가 서 있다. 올해 2020년은 성균관대학교 건학 622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의 어느 대학도 이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경우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Unique Origin'은 우리 대학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학생들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Unique Origin'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학교 곳곳에서 'Unique Origin'라는 슬로건을 볼 수는 있지만, 정작 학교 역사를 잘 알고 있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왜 올해가 건학 622년인지, 조선시대의 성균관과 현재의 성균관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과거 관학이 오늘날 왜 사립대학으로 바뀌었는지 알고 있는 학생이, 아니 관심이 학생이 얼마나 될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직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물론 'Unique Origin'이 학교와 학생의 발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성균관대가 'Unique Future'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 2000년대 이후 학교 구성원 모두의 노력 덕분에 성균관대의 위상이 국내외적으로 크게 올라간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대학은 갖지 못한 'Unique Origin'이 있음에도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Unique Future'를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은 못내 아쉬울 뿐이다. 다른 대학은 절대 따라 올 수 없는, 또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도 견줄 수 있는 'Unique Origin'에 기초하여 발전할 때 'Unique Future'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역사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대학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방 이후 1946년 근대 대학으로서 성균관대를 재건한 초대 총장 심산 김창숙 선생(1879~1962)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산 선생을 잘 알아야 조선시대 성균관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성균관대로 전환되는 과정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심산 선생이 성균관대를 근대 대학으로 재건하면서 과거 성균관의 무엇을 계승하고 또 무엇을 극복하고자 했는지 알게 되면, 건학 622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식민지배에 맞선 독립운동과 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에 평생 헌신한 심산 선생이 우리 대학을 재건했다는 사실은, 다른 대학에서는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유구한 학교 역사 못지않게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또 하나의 'Unique Origin'이다. 

인문사회캠퍼스 중앙학술정보관 앞과 자연과학캠퍼스 삼성학술정보관 부근에는 심산 선생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우리가 무심하게 그 앞을 지나다닐 뿐, 심산 선생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최근에는 학내 관련 전공 교수들을 중심으로 성균관대의 역사와 학풍, 심산의 삶과 사상을 함께 공부하는 ‘심산 김창숙 연구 소모임’이 조직되어 현재까지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는 오는 11월 5~6일 국제관에서 “성균관의 전통과 학문사”라는 주제로 첫 번째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중계될 예정이다. 이 행사가 'Unique Origin', 즉 학교 역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Unique Future'의 기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오제연 조교수 문과대학 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