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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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와 서울말은 다른 개념
급속도로 사라져가는 전통 사투리

전날 잠을 못 잤는지 눈꺼풀이 솔솔 감기는 성균이. 그런 성균이를 보고 두 친구는 동시에 질문했다. ‘너 졸려?’/‘너 잠 와?’ 성균이는 서로 다른 말에 어리둥절하다가 한 친구는 서울 출신, 한 친구는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처럼 같은 나라에서도 말은 지역마다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이며, 우리나라에는 어떤 말들이 있을까? 국어 방언학을 통해 우리나라 지역 방언에 관해 알아보자.

방언과 사투리는 다르다
방언은 독립된 체계를 가지고 있는 한 언어의 변종이다. 이는 사회 방언과 지역 방언으로 나뉜다. 사회 방언은 연령이나 종교 등의 사회적인 이유로 나뉘는 방언을 뜻한다. 청소년 집단에서만 쓰이는 단어, 불교 내에서만 쓰이는 단어 등이 사회 방언에 속한다. 지역 방언은 사는 지역에 따라 나뉘는 방언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쓰는 말은 서울 방언, 전라도에 사는 사람이 쓰는 말은 전라도 방언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흔히 혼용되는 ‘지역 방언’과 ‘사투리’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지역 방언은 그 지역에서 쓰는 모든 말을 뜻하지만, 사투리는 그 지역에서 쓰는 표준어를 제외한 모든 말을 뜻한다. 만약 전라도 토박이가 ‘이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면 이는 전라도 방언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므로 전라도 사투리는 아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뜻한다. 다만 표준어와 현대 서울 방언 또한 같은 개념은 아니다. 표준어는 현대 서울 방언을 기반으로 정해졌지만, ‘그리고’를 ‘그리구’로 발음하거나, ‘알아요’를 ‘알아여’로 발음하는 등 표준어가 아닌 서울 방언, 즉 서울 사투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투리는 표준어의 등장과 함께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두됐다. 표준어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한글맞춤법통일안이 발표된 1930년대부터다. 이후 1988년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고시되며 표준어는 오늘날 우리 언어생활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표준어가 언어생활의 기준이 되며 사투리는 점점 고쳐져야 할 대상으로 인식됐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정승철 교수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투리를 멀리하고 표준어를 선호하는 경향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특히 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투리를 ‘전근대적인 것’으로 인식해 배제하려는 풍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여섯 방언권
각 지역의 방언은 유사한 것끼리 ‘방언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다. 방언권을 정할 때는 등어선 다발의 두께를 기준으로 구획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등어선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지역의 말이 서로 다른 언어 특징을 보일 때, 그 두 지역 사이에 그어지는 가상의 언어 경계를 선으로 나타낸 것이다. 만약 한 지역은 가위를 ‘가시개’라고 말하고, 인접한 다른 지역은 ‘가새’라고 말한다면 그 두 지역 사이에 등어선이 그어진다. 이런 식으로 그어지는 수많은 등어선은 제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뻗어있다. 다만 몇몇 등어선은 일정한 방향성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등어선 여러 개가 겹쳐져 생기는 두께를 기준으로 방언권이 정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방언권은 대개 △동남방언 △동북방언 △서남방언 △서북방언 △제주방언 △중부방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독자적 형태의 제주방언, 성조가 있는 동부방언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방언을 사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지를 이용하거나 직접 그곳에서 생활하며 조사해야 한다. 지역 방언은 크게 △어휘 △음운 △문법 세 분야로 나눠 조사한다. 일반적으로 방언 조사 질문지의 항목 비율은 어휘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이 음운, 문법 순이다. 문법은 형태와 통사 항목을 합쳐도 어휘와 음운보다 훨씬 분량이 적다. 어휘가 가장 비중이 큰 이유는 어휘가 지역 간 언어가 나뉘기 가장 쉬운 분야기 때문이다. 또한 어휘는 언어의 구성 요소 중에서도 새로운 단어를 추가할 수 있고 실제로 추가되고 있어 다른 분야에 비해 수적으로 훨씬 많다. 제주방언은 어휘 분야에서 다른 방언과 의미 범위나 어원이 다른 단어 또는 외래어로 인해 독특한 모습을 나타내는 방언이다. 파와 마늘, 달래를 총칭하는 ‘마농’이라는 단어나, 새끼줄의 방언형이 굵기에 따라 나뉘어 있는 것 등이 다른 방언과 의미 범위가 다른 대표적인 예다. 또한 바구니의 일종을 뜻하는 ‘구덕’, 골목에서 마당으로 들어오는 짧은 골목을 뜻하는 ‘올레’ 등 제주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말도 상당하다.

음운은 자음과 모음이 포함되는 음소와, 소리의 길이, 말의 세기 등이 포함되는 운소로 나뉜다. 그중 운소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동부방언 △서부방언 △제주방언이라는 세 방언권으로 나눌 수도 있다. 동부방언과 서부방언은 백두대간에 의해 구분된다. 서부방언은 소리의 길이로 말을 구별할 수 있으며 동부방언은 말의 세기로 말을 구별할 수 있다. 경상도 방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예시로 사용되는 ‘가가 가가(그 아이가 그 아이니)?’ 또한 이러한 동부방언의 특징 때문에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한편 정 교수는 “제주방언은 소리의 길이와 말의 세기 두 요소 모두 변별하지 않는다”며 다만 “말에 남은 흔적을 통해 과거에는 서부방언과 같이 소리의 길이로 말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역 방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 사투리는 다르다. 대중 매체와 표준어 교육 등의 영향으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전통 사투리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정 교수는 “전통 사투리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사라지는 속도 또한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통 사투리의 소멸 속도가 지나치게 빠름을 시사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소멸 위기의 전통 사투리 보존을 위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31개 시군에서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80대 이상 제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난 2월 5일 ‘지역어 종합 정보 누리집’을 공개했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위진 연구관은 “지역어에는 표준어에 없는 감정과 의미를 뜻하는 단어가 많다”며 “지역어를 보존하는 것은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위 연구관은 “앞으로는 세대와 직업을 넓혀 2단계 지역어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한편 대학로에서는 한글날을 전후로 지난달 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올해 2회를 맞이한 ‘말모이 연극제’가 개최 중이다. 말모이 연극제에서는 전국 팔도 사투리를 활용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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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방언 구획도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국어 방언 구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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