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

액자속의 예술-영화 <코코>

영화 <코코> 속 ‘죽은 자의 날’ 축제문화 

“살아있는 자들의 땅에 널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면, 넌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야.” 

영화 <코코>에서는 추모의 정서와 즐거운 축제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추모는 엄숙한 것으로, 축제는 밝고 즐거운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추모와 축제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추모와 축제 모두 사람들이 모여 같은 정서를 함께하는 화합의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 미겔의 가족은 만찬을 준비하고 제단을 꾸미느라 분주합니다. 멕시코에서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죽은 자의 날’ 축제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의 날’은 죽은 이를 기리는 멕시코의 전통축제입니다. 멕시코인들은 축제 기간 동안 죽은 이들의 영혼이 이승의 가족을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에 담긴 믿음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큰 차이점은 제례를 엄숙하게 다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문화는 신나는 축제의 분위기로 제례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미겔이 집을 뛰쳐나와 마을 광장에 가는 장면에서는 *마리아치들이 흥겨운 음악 연회를 벌입니다. 형형색색의 종이 공예가 거리를 장식하고 묘지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이처럼 ‘죽은 자의 날’은 죽음을 기리는 제례에 속함에도 오히려 즐겁게 여겨진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죽은 자의 날’이 즐거운 축제로 다뤄질 수 있는 것은 멕시코의 전통적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죽은 자의 날엔 조상들이 우릴 방문하신단다”라는 미겔 할머니의 말처럼, 멕시코는 ‘죽은 자의 날’을 살아있는 이와 죽은 이가 만날 수 있는 화합의 날로 여깁니다. 죽은 이가 더는 곁에 없다는 슬픔보다, 죽은 이가 가족들을 찾아온다는 ‘만남’의 기쁨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이 태도는 멕시코인의 조상인 고대 아즈테카 문명 특유의 세계관에 기인합니다. 아즈테카 문명은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서로 단절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죽음을 슬프게만 여기지 않았으며, 이승에 찾아오는 죽은 자들을 위한 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의 ‘죽은 자의 날’ 축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코코>의 곳곳에서 이를 잘 보여주는 요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겔 일행을 구하고 길을 인도하는 ‘알레브리헤’는 죽은 이의 영혼을 이승의 가족에게로 인도한다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실제로 멕시코인들은 죽은 자의 날 축제 기간에 종이 공예로 알레브리헤를 만들어 집 앞에 걸어두곤 합니다. 또한 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주황색의 꽃잎은 ‘죽은 자의 꽃’으로 불리는 금잔화입니다. 멕시코인들은 금잔화의 향을 따라 영혼들이 제단을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축제 날 집 앞과 제단을 금잔화로 장식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은 영혼만이 이승으로 넘어와 가족을 만난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설정이 ‘죽은 자의 날’ 축제의 본질인 만남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영화의 제목인 ‘코코’는 ‘도움’을 뜻하는 스페인어 ‘소코로’의 애칭입니다.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을 믿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각자의 세계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밝고 즐거운 만남의 모습으로 위로하는 <코코>, 그리고 ‘죽은 자의 날’ 축제입니다.

마리아치=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고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멕시코 특유의 거리의 악사들.

 

코코 스틸컷.ⓒ영화 코코 스틸컷
<코코> 스틸컷.
ⓒ영화 <코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