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헌혈 부작용의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요인

안전한 수혈을 위해서는 정확한 문진 필요해

대학생 A 씨는 최근 생애 처음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카페를 찾아갔다. 헌혈의 집에 도착하자 수많은 항목이 빽빽하게 적혀 있는 자가 문진 목록이 A 씨를 반겼다. A 씨는 주의사항을 읽고 이런 조항이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다. 헌혈 전 검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헌혈의 지침과 주의사항은 무엇을 근거로 책정된 것일까. 헌혈 과정에 숨겨진 이유를 한마음혈액원(원장 황유성) 품질관리팀 안재찬 팀장과 함께 파헤쳐보자.

헌혈을 처음 하러 온 사람에게 전혈헌혈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헌혈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심리적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헌혈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바로 혈관 미주신경 반응이다. 혈관 미주신경 반응은 내장의 대부분에 분포한 미주신경이 과하게 자극돼 일어나는 신체적인 반응이다. 주로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혈압이 낮아지는 증상을 보인다. 이는 헌혈 중 긴장 등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나타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몸 상태와 편안한 마음으로 헌혈에 참여해야 한다. 전혈헌혈은 성분헌혈보다 헌혈 시간이 적게 걸리고 채혈 양이 400ml인 다른 헌혈에 비해 비교적 적은 양인 320ml를 채혈해 심리적 부담감이 덜하다.

성분헌혈의 경우 몸속의 혈액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입 주변이 떨리거나 울렁임을 느끼는 저칼슘혈증도 일어날 수 있다. 성분헌혈을 할 때는 혈액이 신체 바깥에서도 응고되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투여한다. 항응고제의 주성분은 구연산으로, 혈액이 응고되는 데 필요한 칼슘과 결합해 응고를 방해한다. 이때 항응고제의 일부가 혈액을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드물게 혈액 속의 칼슘 성분이 떨어져 저칼슘혈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칼슘혈증은 대개 몸속의 혈액을 돌려주는 시간을 늦춤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회복 시간을 당기기 위해 칼슘이 포함된 음료나 비타민 제제를 먹기도 한다. 몸에 들어간 항응고제는 최종 대사돼 이후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헌혈 금지 기준에 관해 설명해달라.
헌혈 금지약물의 경우 크게 헌혈자의 안전을 위해 금지하는 약물과 수혈자의 안전을 위해 금지하는 약물로 나뉜다. 전자는 헌혈자가 본인의 질병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다. 후자는 혈액을 통해 수혈자로 옮겨질 때 부작용을 초래하는 약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일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위해 엄격하게 헌혈 금지약물을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혈자의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헌혈 금지약물이다. 헌혈을 통해 수혈받은 임산부 중 그 혈액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현재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 다만 임산부가 약을 직접 먹는 등의 행위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존재한다. 이는 약을 살 때 함께 오는 설명서의 주의문구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수혈은 굉장히 민감한 의료행위기 때문에 아주 작은 위험요인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약물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 헌혈자가 6개월 이내에 치과 치료나 피어싱 등을 했을 경우 출혈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몸에는 피부 상재균이라고 부르는 많은 세균이 존재한다. 정상인의 경우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이런 균이 침투해 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수혈받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하다. 수혈을 통해 헌혈자의 피부 상재균이 환자의 혈액으로 침투해 증식할 경우 환자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성분헌혈의 경우 다른 헌혈에 비해 헌혈 허용범위가 넓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헤모글로빈 수치의 경우 단위는 데시리터당 그램인 g/dL로 표기되며 헤모글로빈이 12.5g/dL이상이면 전혈헌혈이 가능하고 12.0g/dL이상이면 성분헌혈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은 적혈구 소실량 차이로 발생한다. 성분헌혈의 경우에도 적혈구 소실이 일정량 발생한다. 그러나 성분헌혈은 필요한 성분만 채집하고 대부분의 적혈구는 몸으로 다시 되돌려준다. 그 때문에 성분헌혈이 전혈헌혈보다 헌혈자의 헤모글로빈 수치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한편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다녀와도 혈장 성분헌혈은 할 수 있다. 이는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이 적혈구에 기생하기 때문이다. 혈장 성분헌혈의 경우 적혈구가 존재하지 않아 말라리아에 걸릴 가능성이 없다. 또한 혈장 성분헌혈은 비예기항체선별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돼도 헌혈이 가능하다. 혈장 성분헌혈로 뽑은 혈장은 주로 의약품 제조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의약품 제조는 혈장 속 비예기항체와 관련이 없다.

마지막으로 헌혈을 하려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헌혈은 자신의 혈액을 아무 대가 없이 나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다. 우리나라는 헌혈 인구 감소로 만성적인 혈액 수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혈액 수급량이 크게 줄었다. 한 명 한 명의 헌혈 참여가 소중한 순간이다. 많은 분, 특히 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정확한 문진이다. 우리나라의 헌혈 검사 장비는 세계에서 상위권에 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헌혈자 본인이 문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안전한 수혈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예기항체 검사장비.
1. 비예기항체 검사장비.
2. 헌혈 검체. 이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한다.
2. 헌혈 검체. 이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한다.
3. 헌혈카페ⓒ한마음혈액원 제공
3. 헌혈카페
ⓒ한마음혈액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