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코로나19로 성적 평가 방식에 논란 일어
수업 목적에 따른 적합한 성적 평가 방식 도입 필요해

기자명 유다겸 차장·김혜린 기자 (webmaster@skkuw.com)

성적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로 자리 잡았다. 대학원 장학생 선발 취업 등에서 좋은 학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성적 관리는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 대다수의 대학들은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매기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평가는 공정한 성적 평가 방식일까? 과연 성적은 우리의 성과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우리 학교 언론사, 성대신문과 성대방송국이 협업한 '뉴스코어 팀'은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상대평가, 너는 어디서 왔니?
현재 한국의 근대 대학의 형태는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약 10%의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렇듯 엘리트 교육 기관인 대학은 절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절대평가는 능력이 비슷한 집단에 적합한 성적평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졸업정원제'가 도입됐다. '졸업정원제'란 입학할 때에는 학생을 선별하지 않고, 졸업 학생 정원을 설정해 선별된 학생들만 졸업시키는 제도이다. 학생을 선별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상대평가 도입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성적 평가 방식으로 상대평가를 채택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어나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90년대 말 IMF를 겪으며 취업의 길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절대평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고 사회에서 성적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졌다. 단국대 교직교육과 윤미선 교수는 "이때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을 해결하고자 결국 국가가 개입해 대학의 성적 평가 기능을 조정하게 됐고, 그 방법이 바로 상대평가였다"고 말했다. 이 계기로 상대평가 기능은 강화됐고 그 기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상대평가란 개인의 학업 성과를 다른 학생과 비교해 집단 안에서의 상대적 위치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시험 난이도와 무관하게 집단 안에서 고른 성적분포가 나타난다. 이에 평가자는 수월하게 평가 대상 집단의 성적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상대평가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가능하다. 이에 윤 교수는 "개인이 자기계발에 대한 자극을 받아 개인이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평가는 평가 대상자들 사이에 지나친 경쟁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서범창(글리 18) 학우는 "상대평가에서는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학생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공부하면서 과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경쟁 심리를 발동시켜 심리적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평가에서는 변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험 방식이 다소 지엽적이고 단답형 문제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박 소장은 "이러한 상대평가의 시험방식으로는 평가자와 평가 대상자 간의 진정한 질의응답이 어렵다"며 "문제해결 사고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을 키우기 어려워 기존 학문을 답습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대평가의 단점 때문에 최근 대학가에는 절대평가가 거론되고 있다. 절대평가란 개인의 학업 성취도를 어떤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방법이다. 상대평가와 달리 절대평가에서는 평가 대상자들을 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시험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박 소장은 "절대평가로 학생을 평가하면 시험방식에 논·서술형 문제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몇몇 대학은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연세대 의과대학은 2014년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체제를 적용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최은비 씨는 절대평가에 관해 "의료인으로서의 절대적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며 "그래서 개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 간에 경쟁할 필요가 없어 학업 분위기가 협동적이다"고 전했다. 고려대 또한 2015년부터 부분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박재현 씨는 "절대평가는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성취한 정도에 대응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어 교육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성적 평가의 공정한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윤 교수는 "공정한 절대평가를 위해선 평가자인 교수가 평가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절대평가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절대평가는 평가자에게 절대적 권한이 주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박 씨는 "절대평가의 성적 기준이 교수의 재량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학생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소장은 "절대평가에서 평가자가 성적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영향력이 크다"며 "학생들이 평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일어난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재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며 성적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례적인 온라인 시험은 다양한 부정행위,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많은 학생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학생들은 절대평가, 선택적 P/F 제도를 요구했다. 이에 다수의 대학이 절대평가를 선택하거나 상대평가의 성적 비율을 완화시켰다. 일부 대학은 선택적 P/F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학기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되, A학점 최대 비율을 30%에서 40%로 늘리고 C이하의 성적은 교수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성적 비율을 완화했다. 이번 계기로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재고가 일었다. 지난 학기 처음으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경험한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정다은 씨는 "상대평가는 학점 때문에 학문 자체에 집중할 수 없었는데 절대평가는 학생들이 서로 학문적으로 많이 교류하는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돼 좋다"고 전했다.


공정한 성적 평가 방식을 위해선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장단점만으로 어떤 평가 방식이 절대적으로 올바른지는 판단할 수 없다. 수업의 목표에 따라 적합한 성적 평가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모든 수업에 절대평가 혹은 상대평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수업 목적에 따른 성적 평가 방식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교강사는 자신이 정한 수업 목표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성적 평가 방식과 구체적 기준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학생들 또한 자신의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기존의 성적 평가 방식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박 소장은 "학생들도 공정한 평가 방식을 위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단국대 교직교육과 윤미선 교수와 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aieyxhM0H4&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