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다겸 (dgflying05@skkuw.com)

인터뷰 - 홍채희 플로리스트

꽃의 표정이 달라 다채로운 매력 있어
꽃으로 좋은 영향력 미치는 사람 되고 싶어

 

꽃은 즐거운 순간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하기도, 병상에 누운 환자 옆을 묵묵히 지키며 그의 완쾌를 기원하기도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은 집 한구석에서 소소한 행복을 선사한다. 이렇듯 꽃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꽃내음 가득한 5월, 꽃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홍채희 플로리스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이 생겼나.
저는 어릴 적 대구와 청도를 오가며 지냈어요. 아버지가 청도에 작은 정원을 꾸며 놓으셨는데 주말마다 그곳에서 취미로 정원을 가꿨어요. 어릴 적부터 식물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게 됐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취미로 꽃꽂이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어릴 적 경험이 환경원예학과에 진학하고 플로리스트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왜 원예의 길을 선택하게 됐나.
지금은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플로리스트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단순히 식물이 너무 좋아서 들어갔죠. 원예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땅에 씨앗을 뿌리고 관심과 사랑을 주면 노력한 만큼 보답이 와요. 자연적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열매를 맺고, 그것을 따서 먹기도 하고, 또 시들면 다시 물과 거름을 주는 그런 과정들이 좋아서 끌린 것 같아요.

저는 원예에서도 화훼 장식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꽃으로 공간을 장식하고 꽃꽂이를 하는 분야죠. 꽃으로 작품을 만들다 보면 복제품이 나오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꽃은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10송이가 있어도 표정이 다 다르거든요.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해도 똑같은 꽃장식이 나올 수 없어요. 그런 다채로운 매력이 있어 원예를 좋아하게 됐어요.

 
기억에 남는 학과 수업이 있는가.
‘화훼장식학’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환경원예학과에서 꽃꽂이를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이 수업밖에 없었어요. 이 수업은 매해 9월에 개최되는 국화축제 때 전시할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저는 그때 청바지와 식물을 접목했어요. 청바지의 주머니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죠. 청바지라는 친근한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식물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작품을 만들었어요. 규모 있는 행사에 교수님들과 함께 학생들이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플로리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는 성실함과 진취성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플로리스트는 기술직이기 때문에 기술을 몸에 익히려면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꾸준한 성실함이 필요하죠. 또한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요. 계속 도전하며 나만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고, 동시에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그래서 진취적인 생각이 필요해요.

 
플로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이들과 식물을 심었어요. 담당 센터 관계자가 아이들이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호기심을 많이 가졌다고 전해주시더라고요.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지거든요. 그런 경험을 통해 식물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플로리스트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화훼를 하다 보면 실력 향상이 정체된 기간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노력에 비해 가시적으로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간을 힘들어해요. 그때는 계속 인내하는 수밖에 없는데 저도 그때가 힘들었죠.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니까 어느 순간 한 단계 성장해 있더라고요.
플로리스트로서 숙달되고 나서는 경기나 대회 준비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이번 베트남 대회의 작품 사이즈가 9㎡였어요. 큰 규모의 작품인 데다 첫 국제대회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 운송 작업이 힘들었어요. 베트남에 없는 꽃은 한국에서 들고 가야 하는 문제도 있었죠. 그래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해낼 수 있었어요. 또 꽃 시장이 옷, 도매 시장처럼 밤에 열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해요.
‘꽃과 정원 원예 연구소’를 설립했다. 계기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원예 쪽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꽃과 식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들을 같이 모색하고자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연구소를 세우게 됐죠.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미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어요.

 
2019 베트남 플로라 엑스포 국제대회에서 부케 부문 1위, 종합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며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
베트남 플로라 엑스포 국제대회는 꽃으로 옷을 디자인하고 모델과 플로리스트가 바디쇼에서 함께 워킹을 하는 대회예요. 저는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싶어서 한복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죠. 모델과 플로리스트가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해서 작품을 제작할 때도 한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했어요. 한복은 곡선이 돋보이는 옷이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고 곡선미와 색감을 살릴 수 있는 꽃으로 디자인했죠. 또한 바디쇼를 할 때는 빨리 시들지 않게 하기 위해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꽃을 사용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호접란을 사용했어요. 호접란은 기풍 있고 또 나비처럼 행복을 가지고 온다는 꽃말이 있거든요.

플로리스트로서 심사위원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흔히 꽃꽂이에서 독특함, 창의성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균형이 맞아야 하죠. 전체적으로 불안하지 않고 작품을 봤을 때 편안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시각적, 물리적 균형감과 같은 구성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본 뒤에 창의성을 봐요. 비율이 맞는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진 않은지 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원예 작업이나 꽃으로 디자인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속성과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꽃을 오래 보고 싶어 하죠. 그래서 화훼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해요. 예쁘게 장식하는 건 실력으로 할 수 있지만, 수분이 잘 공급되도록 꽃을 꽂고 오래 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기술이 중요해요. *플로랄폼에 꽃을 꽂을 때도 얕게 꽂으면 수분이 잘 공급되지 않아요. 제대로 확실하게 고정이 되도록 꽂아야 하죠.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연마해야 해요.

예전엔 중요한 날에만 꽃을 샀지만 요즘 꽃 선물은 일상화됐다. 어떤 것이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옛날에는 아무나 꽃을 선물하진 못했죠. 소비층이 정말 부유한 사람들에 한정돼 있었는데 이제는 꽃시장에서 직접 꽃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 꽃집도 많아졌어요. 집 근처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 예전보다 꽃 소비가 보편화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꽃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진 것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해요.

 
꽃이 현대인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꽃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줘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께 여쭤보면 길 가다가 본 핀 꽃만 봐도 좋고 꽃다발을 받았을 때 정말 마음으로 와닿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꽃은 보기만 해도 아름다워서 꽃꽂이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태교로 꽃꽂이를 찾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꽃꽂이는 눈도 즐겁고 향도 좋은 데다 또 신체를 움직여서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사람들에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활동인 것 같아요.

 
꽃꽂이에 관심 있는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화훼 접근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꽃에 대한 흥미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엔 꽃꽂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 원데이 클래스가 많이 개설돼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소재인 꽃을 계속 옆에 두는 것이 중요해요. 꽃을 꽃집에서 구매하거나 주변에서 채취해 계절별로 놓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가드닝’이란 무엇인가.
인가드닝은 *플랜테리어와 비슷한 맥락이에요. 가구나 장식품이 아닌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것을 인가드닝이라고 해요. 식물의 화분이나 부재료인 돌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돼요. 정원이 있으면 정원을 가꾸지만 요즘엔 아파트에 살아서 베란다를 많이 활용해요. 규모를 크게 할 필요 없이 계단식으로 식물을 놓을 수 있는 소품들도 많고 그것도 어렵다면 공중에 매달아 꾸밀 수도 있어요. 그래서 식물이 활용 가치가 높아 식물 몇 개만으로도 누구나 충분히 인가드닝 할 수 있어요.

 
인가드닝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가드닝은 시각적 아름다움 외에도 장점이 많아요. 식물의 잎 위에 있는 왁스층과 기공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흡착시켜요. 그래서 식물은 공기 정화에 있어 탁월해요. 또한 집안이 건조하면 식물이 가습기 역할을 하기도 해요. 관엽식물 같은 경우에 그 능력이 탁월한데 일례로 아래카야자는 하루에 1L 정도의 물을 내뿜어요. 가습효과가 뛰어나 습도를 높여주고 여름에는 온도를 낮춰주기도 해요. 이렇듯 인가드닝은 심리적 편안함도 주지만 실용적인 역할도 해요.

인가드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가드닝을 할 때 식물을 둘 공간을 많이 고민하시는데 구석에 두는 것이 좋아요. 소파 옆이나 텔레비전 옆은 거슬리지 않는 위치예요. 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식물이 자라면서 햇빛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수그리기 때문에 골고루 잘 자라려면 돌려줘야 해요. 또 식물에 색이 단조로우면 화기 색상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식물을 심고 나서는 흙으로 마감하기보다 자갈로 디자인해도 멋스러워요.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막연하게 아름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플로리스트가 되면 생각보다 쉽지 않아 그만두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힘든 점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플로리스트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꽃은 취미로도 할 수 있어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워요. 한번 시작했으면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가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작업하고 싶나.
작품을 하다 보면 꽃이 시들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는 작품들이 많아요. 왜냐면 생물을 다루다 보니 시들거나 그러면 더 이상 볼 수 없죠. 이건 아직도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오래도록 작품을 남겨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사진으로만 남게 되니까 그 점이 아쉽죠. 그래서 저는 영구적인 구조나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요. 거기에 식물을 심을 수 있도록 해서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죠. 식물의 성장 과정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현재는 화훼 관련 교육을 하고 있어요. 가르치는 일은 바로바로 학생들과 교류하며 피드백이 오갈 수 있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꽃, 식물의 매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전문가 육성까지 제자를 양성하고 싶어요. 또한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의 화훼 산업의 입지가 올라가고 있어요. 세계화 시대에 외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꽃을 배우러 오는 중심에 서서 꽃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싶어요. 선생님으로서, 플로리스트로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플로랄폼=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합성수지.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로 식물이나 화분으로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
홍채희 플로리스트와 베트남 플로라 엑스포 국제대회에 출품한 바디 플라워 작품.ⓒ 홍채희 플로리스트 제공
홍채희 플로리스트와 베트남 플로라 엑스포 국제대회에 출품한 바디 플라워 작품.
ⓒ 홍채희 플로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