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채은 (ohche@naver.com)

반촌돋보기 - 코로나19로 인한 상권·임대업 침체

“방 단기 임대. 보증금은 제가 부담합니다. 연락 주세요.”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 방 단기 임대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학기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됨에 따라 대학가 근처 원룸이 주인을 잃은 것이다. 비어있는 자취방을 두고 학우와 임대업자 모두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비어있는 방 월세 부담하는 학우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 임대업자 경영난 심각해 

 

학우들은 월세에 생활비까지 “내 피 같은 월세”
학교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 있는 본가에서 학교 주변으로 이사한 학우는 더 이상 학교 근처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따라서 미리 계약해놓은 방의 월세가 의미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의하면 우리 학교 근처 평균 월세는 보증금 500만 원 기준 인사캠 약 55만 원, 자과캠 약 38만 원이다. 실제로 황희능(영문 18) 학우는 본가에서 생활하며 매달 약 60만 원씩 비어있는 자취방의 월세를 내고 있다. 또한 전준수(화공고분자 16) 학우는 전세로 계약해서 월세로 손해를 보고 있진 않지만 매달 관리비와 별도 전기세를 합해 약 8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몇몇 학우는 불확실한 시험 일정 또는 가족과의 접촉 방지를 위해 본가에 가지 못하고 월세에 생활비까지 부담한다.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단장 김혜린)이 지난해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월평균 생활비는 약 44만 원이다. 김상빈(경제 16) 학우는 “군대에서 든 적금으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는데 적금이 다 떨어지면 부모님께 손 벌릴 생각에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주인 없는 대학가 방들
한편 대학가 원룸 임대업자의 상황도 좋지 않다. 대학가 특성상 학생 손님이 많은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새로 방을 찾는 임차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다방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숙명여대 근처 월세는 전달 대비 6%, 서울교대 근처 월세는 전달 대비 7% 하락하는 등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가 내림세를 보였다. 자과캠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사 A 씨는 “원래 손님에 비해 방이 부족한 편인데 최근엔 방 수요자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유학생을 주로 수용하던 숙박업소에 타격이 크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인사캠 근처 원룸텔 사장 B 씨는 “외국인 학생이 전체의 1/3 정도 살았는데 지금은 3명 정도 남아있다”며 “입주를 취소하는 일도 많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막막한 대학가 학생들과 임대인들, 극복 어떻게?
현재 서울시는 30만~50만 원, 수원시는 10만 원씩 지역 시민들에게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혼자 생활비와 월세를 부담하는 자취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소상공인 임차인을 지원하는 제도가 활성화되는 중인 데 반해 임대업자의 경영난을 지원하는 제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수요자가 없어 힘들어하는 임대인에게도 적절한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