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경원 (skw8663@skkuw.com)

‘기자는 양쪽 입장을 다 들어본 후에 기사를 써야 한다.’ 선배 기자가 나에게 강조했던 말이다. 그는 한쪽의 입장만 들어서는 진정한 진실을 알 수 없다며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후에 각자의 입장을 기사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이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아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지난 학기 발간된 1651호 신문에서 나는 총학생회의 인권·복지 공약을 점검하는 기사를 썼다. 기사의 내용 중 총학생회가 대동제에서 배리어프리존의 위치를 변경해 장애 학우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했다는 부분이 있다.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에서 들은 것을 토대로 썼으나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신문이 배포된 후 장애인권동아리 이퀄은 입장문을 내서 내 기사를 반박했다. 변경된 배리어프리존이 장애 학우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리어프리존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장애 학우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한쪽의 말만 듣고 쓴 내 기사는 오보에 가까웠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아 진정한 진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 장애 학우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았는가. 시간에 시달리며 급작스럽게 취재하고 기사를 썼기에 양쪽 입장을 들어볼 생각을 못했다. 양쪽 의견을 듣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를 판단할 여유가 없어 한쪽의 말만으로 기사를 쓴 것이다.

채사장 작가의 열한 계단(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을 읽고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자세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책에서 자신이 내적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들려준다. 그는 불편한 책을 읽으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책을 선택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 세계의 지평을 넓혀갔다. 이를테면 성경을 읽은 후 영혼 충만함 속에 살다가 이내 부처에 대한 책을 읽어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는 식이다.

작가는 헤겔의 변증법적 원리에 따라 자아의 성장 과정을 보여줬다. 기존의 지식인 ‘정’과 낯선 지식인 ‘반’이 만나 새로운 세계관인 ‘합’을 가지는 방식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자아가 기존의 세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안함을 떨쳐내고 불편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이렇게 해야 삶의 모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지식에 구속되지 않는 진정한 삶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쓸 때 한쪽만의 입장만을 듣지 않는 것처럼 살아갈 때도 불편한 지식을 받아들여야겠다. 그래야 진정한 진실,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편한 지식 속에서 한 계단씩 오르며 성장해야겠다.

손경원 차장
손경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