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김형우 상무 제공
ⓒ김형우 상무 제공

투명한 회계처리 기대돼
회계비용은 비용 아닌 투자

신외감법을 통해서 회계감사는 얼마나 바뀔까. 신한회계법인(대표 이상문, 최종만)의 김형우 상무를 만나 개정된 외부감사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외감법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효과는.
기존과 같은 원칙 중심의 국제 기준을 따르지만, 조금 더 보수적인 감사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국제 기준은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 감사인의 판단을 인정한다. 그동안 원칙 중심의 회계 기준이 분식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사인 지정제하에서 감사인은 정해진 원칙보다 좀 더 엄격한 판단을 할 것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첫 시행이 내년이기 때문에 아직 감사인 지정을 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서 회계법인도 감사절차와 내부 규정을 정비하고, 인원을 보충하고 있다. 구체적인 효과는 2020년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감사인이 자주 바뀌어서, 대상 기업의 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전문성이 낮아진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모 기업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해외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를 만드는 데 3조 이상을 투입하고, 9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아무리 전문 감사인이라도 그런 방대한 체계를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안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장단점이 있는 제도다. 단점이 있다고 동일한 감사인과 지나치게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과 감사인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면, 의도치 않은 문제가 생긴다. 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가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관계자도 감사인의 감사절차에 익숙해져서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감사인을 바꿔주는 것이 맞다.

신외감법-표준감사시간제의 효과는.
표준감사시간제도 마찬가지로 양날이 있다. 감사 시간이 증가하면 감사의 충실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표준감사시간제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업의 세세한 상황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상장사가 약 3000개인데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작은 회사라고 사건이 없거나 감사 시간이 적게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자산 규모가 1000억인데, 현금만 700억이라면 감사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현금은 확인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규모의 B 회사는 현금자산은 거의 없고,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많은 경우라면 훨씬 감사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비슷한 자산 규모의 회사도 세세한 상황이 다른데 표준감사시간제는 감사시간을 비슷하게 규정하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표준감사시간제가 정착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들의 반발이 많은 지점이다. 적절한 타협 방안이 있나.
기업의 반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감사 수수료가 상당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감사시간을 지난해의 130% 이상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불만은 여전하다. 근본적인 이유는 표준 시간이 앞서 말한 각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도 실무에 적용하면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외감법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가 있나.
내부회계관리 감사제도다. 내부회계관리의 운영실태를 검토하는 제도는 전부터 있었지만, ‘감사’가 아닌 ‘검토’ 수준이었다. 검토가 감사보다 훨씬 유연하고 부담이 적다. 그러다 보니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개정된 신외감법은 올해부터 자산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실태를 감사한다. 이렇게 되면 회계법인은 감사료도 증가하고, 시스템도 구축해야하는 등 일이 많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주목받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나 표준감사시간제보다 오히려 이 점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앞으로 회계 부문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자본시장의 환경이 먼저 선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본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그에 대응해서 회계시장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감독당국이나 회계법인만 기업의 회계에 관심이 있을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자본시장 전체가 기업의 투명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자본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과 비교하자면, 미국은 수익보고만 잘못해도 주주들이 단체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 그 부분만 담당하는 변호인을 따로 둘 정도다. 자본시장이 스스로 적절하게 돌아가고 기업도 감사인도 회계에 관해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런 분위기 덕분에 감사 시간을 많이 투입하고, 감사료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규제나 기준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인식이 함께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