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처음 투고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내용으로 쓸지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글을 써도 되는가에 대한 우려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저를 사학과 학생회장이라고 소개할 때면 아직까지 귀가 빨개질 정도로 그 직함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9년 3월, 새내기들이 천천히 학교에 적응할 무렵 제72대 사학과 학생회 사(史)필귀정이 출범했습니다. 사필귀정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이름과 함께 나오면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크고 작은 기복이 존재했던 사학과이기에 이 학생회 이름이 자칫 오해를 살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모든 것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이름으로 그를 마땅히 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걱정이 들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사학과의 대표 행사인 역사인물 법정이 제 대에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사학과는 오랜 전통을 가진 행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일년에 두 번 있는 답사를 제외하고 나서라도 4월에 열사 추모제, 5월에 철학과와 함께하는 체육대회 사철전, 여름에 진행되는 주점 혹은 일일호프, 11월 말 4일 동안 진행되는 사학과의 축제 사학제 등 1년 달력 빼곡하게 행사가 있습니다. 특히 사학제의 마지막 날 하는 역사인물법정(연극)은 연말 정말 많은 사학과 학우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저 또한 작년 역사인물법정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좋은 기억들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부족한 시간과 참여자로 인해 역사인물법정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역사인물법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결이 있기까지 이 오랜 전통을 폐지하는 것이 바른 길일까 내가 잘못해서 전통을 없애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선배들의 추억과 후배들의 기회를 뺏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운영위원회와의 많은 논의, 선배님, 교수님의 조언을 통해 내린 결론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바른 길은 아니며 그 해의 상황에 맞춰 최선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른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전통을 지닌 학과인만큼 그 전통을 유지하고 지켜 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전통에 매여 당장의 상황을 외면하는 결정은 오히려 전통의 의미와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역사인물법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씁쓸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찾을 때까지 아쉬운 마음은 접어 두려합니다. 올해에 진행하게 될 사학제가 앞으로의 사학과에게 새로운 방향과 전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수연(사학 18)
문수연(사학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