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채연 (cypark4306@skkuw.com)

#1.
새로 이사 온 동네의 A 프랜차이즈 카페는 오후 10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불이 꺼져있었다. 깜짝 놀랐다. 정말 깜짝. ‘전에 살던 동네는 12시까지도 하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빨리 닫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라고 투덜거리며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2.
프랜차이즈 김밥가게가 들어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원래부터 있었던 분식집은 문을 닫았다. 새로운 김밥가게는 깔끔해서 좋았다. 자리마다 신용카드 단말기가 놓여 있어 주문하기도 계산하기도 더 편리했다. 건너편에 ‘상가 임대’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망한 분식집을 보며 미안해졌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3.
장강명 작가의 『현수동 빵집 삼국지』를 읽기 전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악’한 존재로, 개인이 창업한 가게들은 ‘선’한 존재로 인식해왔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소비자에게 나쁜 짓을 한다는 의미에서 ‘악’이라고 규정한 것은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깔끔한 환경, 각종 할인제도 그리고 다양한 제품들을 무기로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가맹점주들은 열심히 재주만 부리고 있을 뿐, 정작 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 벌어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 작가는 현수동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세 빵집의 생존경쟁에 ‘빵집 삼국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원래부터 동네에 있었던 P 프랜차이즈 빵집,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B 프랜차이즈 빵집, 그리고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할아버지 제빵사가 운영하는 H 베이커리.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은 브랜드는 없지만, 유기농 빵을 내세우는 H 베이커리였다. 그들은 적어도 판매할 빵의 종류와 가격, 운영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심각한 상황에 몰린 것은 P와 B 빵집이었다. 이들은 빚을 내고 퇴직금을 다 털어 겨우겨우 가맹점을 차렸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에는 온갖 규정이 존재했고 잘 팔리지 않아 이윤이 남지 않는 빵도 본사의 지시에 따라 억지로 팔아야 했다. 비싼 물건을 싸게 판다는 환상을 주기 위해 가맹점주와 점원의 노동이 희생됐다. 본사는 매일 다른 모바일 쿠폰과 할인 혜택을 제공했고, 고객들은 할인받지 못할까 봐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점원에게 화를 냈다.

이름부터 거창한 빵집 삼국지에는 ‘비정상적 가격 할인’, ‘다른 빵집 비방’ 같은 치열한 전술이 등장한다. 하지만 빵집 삼국지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전술과 노력으로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던 것이다. P 빵집과 ‘누가 누가 더 늦게까지 영업하나’ 전쟁을 하다 지친 B 빵집 가맹점주 딸 주영은 마침내 소리친다. “정말 우리 손에 달린 일 맞아요? 이건 저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라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사정이 좀 나을 것이다. 프랜차이즈라면 응당 밤늦게까지 영업해야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각종 이벤트는 가맹점의 이윤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 이런 고루한 편견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