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198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 따라 우리는 양질의 음식을 쉽게 섭취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공복이 불가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것은 물론, 틈틈이 간식도 먹는다. 이 같은 식습관은 영양 과잉으로 인한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일정 간격으로 공복을 유지해 체중을 감량하는 간헐적 단식은 이런 주류 의견에 대항한다. 그렇다면 간헐적 단식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식사를 하고 2일은 24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5:2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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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한 후 남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16:8 법칙
16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한 후 남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16:8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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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 법칙이 무너지다
사전적으로 간헐적이라는 말은 ‘얼마 동안 시간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일어남’이라는 뜻이다. 또한 단식은 ‘일정 기간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아니함’을 의미하며 의학적으로는 1일 200㎉ 미만으로 섭취 에너지를 극도로 제한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이란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의식적으로 음식을 최소한으로 먹는다’는 체계적인 단식을 뜻한다.

간헐적 단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게 된 계기는 지난 2012년 BBC의 언론인 마이클 모슬리가 <먹고, 단식하고, 장수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간헐적 단식법』이라는 책을 내면서부터다. 곧이어 언론인 케이트 해리슨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5:2 다이어트』를 출간했고, 신장 전문의 제이슨 펑 박사는 베스트셀러가 된 『비만의 비밀』을 펴냈다. 이후 간헐적 단식은 효과적인 체중 조절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SBS 스페셜-끼니 반란>이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방영 이후 국내외에서 간헐적 단식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올해 1월 <SBS 스페셜-2019 끼니 반란>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재조명받았다.

간헐적 단식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식사를 하고 2일은 24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5:2 법칙과 16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한 후 남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16:8 법칙이다.

살이 빠지는 이유
우리가 먹는 음식은 내장에서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돼 혈관을 통해 신체 곳곳으로 전달된다. 탄수화물, 특히 설탕이나 정제된 곡물은 세포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인 혈당수치가 높아진다. 이렇게 높아진 혈당수치를 낮춰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액 내 포도당을 빼내 간과 근육에는 글리코겐의 형태로, 지방세포에는 지방의 형태로 변환해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고 지방이 저장돼 살이 찌게 된다. 만약 우리가 음식을 먹지 않고 공복을 유지하면 혈당이 낮아짐에 따라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는데, 이때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먼저 사용한다. 이후 글리코겐이 바닥나면 지방이 지방세포에서 *유리돼 혈액으로 방출된다. 이를 유리지방산이라고 부른다. 유리지방산은 근육과 내장기관의 연료로 사용되면서 연소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체중이 감소한다. 즉, 간헐적 단식은 공복을 유지해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원리를 이용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의 저자 브래드 필론은 72시간 동안 단식한 사람들을 관찰한 연구를 통해 24시간 단식의 효과를 증명했다.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인슐린 수치가 극적으로 떨어져 처음 검사 수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 됐고, 이러한 감소의 70%가 단식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했다. 유리지방산의 양 역시 단식 후 24시간 이내에 50% 이상 증가했다. 다시 말해 24시간 단식은 큰 폭으로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체지방 연소를 대폭 증가시켜 체중을 감량시킬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은 몸에 있는 지방의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우리 몸에는 △백색 지방 △갈색 지방 △베이지색 지방의 세 가지 지방이 있다. 백색 지방은 음식으로 섭취한 잉여 에너지를 저장해 비만을 유발한다. 반면 갈색 지방은 열을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아 에너지를 소모해 비만을 막는다. 베이지색 지방은 백색 지방이 갈색화된 중간 형태의 지방이다. 간헐적 단식은 백색 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꿔 마치 갈색 지방처럼 열을 내며 칼로리를 소모하게 한다. 이때 지방이 타면서 체중도 함께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 성훈기 교수팀이 시행한 쥐 실험이 있다. 쥐를 간헐적 단식 그룹과 일반 그룹으로 나눈 뒤 두 그룹 모두 지방 함량이 많은 고열량 먹이를 먹게 했다. 16주 동안 일반 그룹은 자유롭게 식사를 하게 했고, 간헐적 단식 그룹은 2일 식사 후 1일 단식을 하게 했다. 실험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한 쥐들은 자유롭게 식사한 쥐들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덜 증가했으며 지방세포의 크기는 두드러지게 작았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을 한 쥐의 지방세포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VEGF(혈관 내피세포 인자)’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VEGF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도록 촉진하는 인자다. 이어 성 교수팀은 VEGF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2차 쥐 실험을 했다. 먼저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를 제거했더니 16주간 간헐적 단식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은 간헐적 단식 없이 쥐의 지방세포에서 VEGF 수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10주 후 VEGF 수치를 높인 쥐에게서만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 실험을 통해 백색 지방세포의 VEGF가 베이지색 지방으로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즉 간헐적 단식을 하면 지방세포의 VEGF 수치가 올라가고, 이것이 백색 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갈색화시킨다.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살도 빼고 건강도 챙기고
간헐적 단식을 하면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간헐적 단식을 하면 ‘IGF-1’이라는 호르몬의 농도가 떨어진다. IGF-1은 간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IGF-1의 수치가 높으면 세포가 성장하고 반면에 낮을 때는 우리 몸은 손상된 조직을 수리하면서 질병 발생이 낮은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므로 IGF-1의 농도가 떨어지면 노화, 당뇨, 암 등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발터 롱고 교수에 따르면 IGF-1 수치가 낮은 쥐가 높은 쥐보다 성장은 느리지만,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인간에게 적용된 예가 바로 라론 신드롬 환자다. 라론 신드롬 환자는 IGF-1이 일반인의 10%밖에 되지 않아 성장이 멈추지만 반면 당뇨나 암 등의 질병에는 걸리지 않는다.

공복을 유지하면 체내에서 자가소화작용이 시작돼 세포가 정화된다. 자가소화작용은 손상을 입었거나 결함이 있는 세포 소기관, 세포막, 단백질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과정으로 일종의 ‘보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 작용은 소량의 포도당 또는 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저해된다. 자가소화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축적돼 활성 산소의 생산이 증가하고, 손상의 속도가 빨라지며 노화 과정이 가속화된다.

더불어 간헐적 단식을 하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들이 혈류로 분비되면 에너지 저장고로부터 당 유리가 촉발되고 지방 연소가 증가해 체중 감량에 기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두 호르몬의 수치가 높아지면, 각성 효과가 유발되며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른 다이어트와는 달라
간헐적 단식은 다른 다이어트 방법과 달리 쉽고 간단하다. 돈을 들여 한약이나 다이어트 약 같은 보조 식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한 가지 음식만을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나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덴마크식 다이어트처럼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극단적인 식단 제한이 유발할 수 있는 폭식이 발생할 위험도 적다. 이는 ‘탈억제 효과’ 때문인데, 어떤 음식에 ‘금지’라는 딱지를 붙이는 순간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말한다.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먹었을 땐 나중에 더 심한 과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은 먹을 것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은 호르몬(인슐린)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 방법이기 때문에 플렉서블 다이어트와 같이 칼로리만 조절해 체중을 감량하는 다이어트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장시간의 단식이 아닌 단시간의 단식을 활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단식이 가져오는 부작용인 근손실, 어지럼증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정답은 없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에서 브래드 필론은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근력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식과 책임감 있는 식생활의 조합을 통해 우리는 쉽게 체지방을 제거할 수 있지만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체지방을 빼는 동시에 근육 크기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재헌(의학) 교수는 “식단에 제한이 없다고 해서 폭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식단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 유지를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는 만큼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균형 있게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단, 당뇨병 환자는 되도록 간헐적 단식을 피해야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대사질환의 일종으로,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에게는 인슐린의 수치를 낮추어 체중을 감량하도록 하는 간헐적 단식이 맞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간헐적 단식으로 인한 결과는 연령, 성별, 건강 상태, 전반적인 식습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는 “간헐적 단식은 다이어트 방법의 하나일 뿐이며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없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아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리=화합물에서 결합이 끊어져 원자나 원자단이 분리되는 일. 또는 원자나 원자단이 결합을 이루지 아니하고 다른 물질 속에 분리되어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