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연수 기자 (yeonsoohc@skkuw.com)
일러스트 ㅣ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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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문제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데이터베이스와 융합해 지도 중요성 더 높아

인간은 공간 속에서 살고 있으며 공간은 인간의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쳐왔다. 경제, 군사, 문화 등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분야는 없을 정도다. 따라서 공간을 연구하는 지리학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 지리학
지리학은 어떤 현상을 공간적으로 바라보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테면 교육 문제를 지리학에서는 학군 측면에서 바라본다. 지리학은 크게 인문지리학과 자연지리학으로 나뉜다. 인문지리학은 인간과 인문·사회환경의 관계를 밝히는 학문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과 관련된 인간의 분포를 연구한다. 반면 자연지리학은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자연지리학에서는 하천지형, 화산지형 등 자연환경 그 자체를 중점으로 연구한다. 자연지리학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지리학은 종종 지구과학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적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자연환경만을 연구하는 것은 지리학적 연구가 아니다. 또한 지구과학은 자연과 인간을 이원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만 지리학은 자연과 인간에 관한 통합적 고찰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다
현대 지리학의 기초는 대부분 서양에서 확립됐다. 초기 지리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전했는데 자연현상을 과학원리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으로 큰 학문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시도했고 ‘Geograph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과 로마제국의 넓은 영토로 인해 고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더 넓어졌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지리학을 비롯한 학문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세시대에는 기독교의 성서와 신학이 모든 학문을 지배하면서 지리학은 퇴보의 길을 걸었다. 신학의 지배 아래 퇴보하던 지리학은 르네상스 시기에 다시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후 대항해 시대가 열리며 사람들의 세계관이 넓어졌고 이를 토대로 피렌체의 세계지도, 토스카넬리의 세계지도 등 새로운 지리관을 담은 지도가 제작됐다. 또한 유럽인들이 새로운 지리적 지식을 갖게 되며 기후학, 지도학 등 지리학의 하위 분야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지리학은 18세기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한편 동양에서도 지리학의 발전이 이뤄졌는데 고대 중국에서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천원지방 사상의 영향으로 '천하도'와 같은 지도가 제작됐다. 또한 진나라의 지리학자 배수는 정확한 지도 제작을 위해 격자망을 이용하는 방격법을 고안해냈고 이는 아라비아와 유럽, 조선의 지도 제작에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기의 변화과정을 통해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사상과 음양오행설이 결합해 풍수지리 사상이 탄생했다. 이러한 사상들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과 같이 고려와 조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리학의 현재
이렇게 발전해온 지리학은 현대사회에서 도시지리학, 문화지리학, 정치지리학 등 많은 분야로 나뉘었고 이로 인해 시기별로 주요 연구 분야가 달라졌다. 이에 대해 경희대 지리학과 지상현 교수는 “인구가 도시에 몰리던 시기에는 도시지리학이 지리학의 주요 연구 분야였다. 그러다가 공업화가 진행되고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경제지리학이 주요 연구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이 유입되면서는 섹슈얼리티, 젠더, 축제를 연구하는 사회문화지리학이 핵심 분야가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공간과 권력성에 집중을 하고 있어 정치지리학과 지정학이 주요 연구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사회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지리가 결합한 GIS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정보를 수치화해 지도화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통합적 컴퓨터 시스템이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공간 정보를 이용하는 GIS는 시설관리, 교통 시스템, 응급재해관리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리학의 중요성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리학은 고대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학문으로 그 역사가 깊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지리학은 왜 중요할까. 이에 대해 지 교수는 “지리학은 특정 현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리학은 어떤 현상을 공간적으로 바라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특정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문제도 지리학자들은 공간적으로 바라본다. 단순히 도시문제라고만 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이를 공간적으로 바라보면 지방 중소 도시의 쇠퇴 혹은 수도권의 과밀화와 같이 문제를 구체화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리는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리학은 중요하다. 그는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언어도 있고 역사도 있지만 지리도 있다”며 “독도라든지 험준한 태백산맥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 한민족”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이유로 일제강점기에 역사 교육과 지리 교육이 금지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리학의 짝꿍, 지도
지리학은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언어만으로는 연구 대상을 서술하기 힘들다.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역은 언어를 이용해 묘사할 수 있다. 그러나 카르스트 지형과 같은 특수한 지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언어만으로는 불충분하기에 시각적 자료가 필요하다. 지 교수는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처리하는데 지도는 정보를 시각화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더 쉽다”며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현대사회에서 지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네비게이션이나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도에 드러낼 것이냐고 묻는 것처럼 지도가 데이터베이스와 융합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부터 토스카넬라의 지도, 천하도, 에라토스테네스의 지도 재현.
위에서부터 토스카넬라의 지도, 천하도, 에라토스테네스의 지도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