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채연 (cypark4306@skkuw.com)

내가 알고, 보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와 더불어 ‘글을 남들보다 조금 잘 쓰는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이 나를 성대신문으로 이끌었다. 호된 수습 트레이닝을 겨우 버티고 임명식을 할 때 “진실만을 전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때는 몰랐다. ‘진실’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준정기자 때는 피해를 보는 쪽, 동정 여론을 얻고 있는 쪽을 대변하면 진실하고 정의로운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성대신문 사회부 위상에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소수자의 입장 대변’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나는 열심히 소수자와 약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인터뷰이를 컨택 했고 녹취록을 풀었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깨진 건 이번 기사를 쓰며 하게 된 인터뷰 때문이었다. 대형서점과 소형서점에 책을 다른 가격에 공급하는 ‘도매상’을 자세한 조사도 없이 너무 쉽게 ‘악의 존재’로 규정해 버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점 대표님의 입에서 “도매상이 나빠요. 무조건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공급률이 같아져야 해요”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원했던 대답 대신 “공급률 차등은 서점뿐만 아니라 어떤 유통 분야에서든 일어나는 문제예요,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는 서점의 위기를 기사에 담을 수 없어요. 서점 말고 출판사의 입장은 들어보셨나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전체를 보지 못한 채 너무 좁은 식견과 얕은 논리를 가지고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려 해봤자 독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로 탄탄한 기사를 쓰고 싶었다면 주제와 연관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조사하고 인터뷰해서 ‘진짜 진실’을 밝혀냈어야 했다. 나름 사회부 기자라고 오만했지만, 나는 그저 코끼리(象)의 다리만 만져보고(摸) 섣불리 코끼리의 모습을 판단해버린 한명의 맹인(盲人)일 뿐이었다.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은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맹인의 자세로 겨우겨우 15번째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에는 반드시 코끼리의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기사를 써보자고 다짐한다.
 

박채연 기자cypark4306@skkuw.com
박채연 기자
cypark4306@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