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윤수 (kysoosyk29@skkuw.com)

‘어떻게 살아야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내겐 아직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남은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떠나보낸 후일지라도, 이 물음에 썩 괜찮게 대답하는 모습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꽤 오래전부터 든 생각이기에 어떻게 보면 맘에 드는 답을 찾는 게 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단지 멋진 그 한 마디를 위해, 스무 살 여름 내가 찾은 곳은 신문사였다. 처음에는 신문 몇 번 읽고 섣불리 발을 들였다고 생각했다.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쉬웠지만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것은 어려웠다. 한 가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는 수십 가지를 더 보고, 수백 가지를 더 들어야 했다. 거듭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 초라할 때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여기서 욕심이 생겼다. 정돈된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기사를 기획하고 쓰다가 문득 깨닫는다. 시간이 아까운 정도는 흘려보낸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솔직히 이번 주에 욕심을 많이 내봤다. 다른 기자가 듣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지만 부서 기사에 특집 기사에 개강까지 정신없는 일주일이었다. 모든 기사를 깔끔히 계획한 대로 매듭질 수 있다는 특별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도 취재후기까지 욕심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쁜 일주일이었다. 좋아하는 잠까지 줄이며 며칠 밤을 새웠다. 눈코 뜰 새 없이 수강신청, 인터뷰, 퍼스널컬러 진단 체험이 휘몰아쳤다. 입에는 ‘힘들다’, ‘졸리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럼에도 지금 취재후기를 쓰는 이 시간에도 무슨 내용을 쓸지에 관한 고민은 얼렁뚱땅 끝내고 싶지 않다.

기자 생활을 할수록, 많은 것을 듣고 배울수록 욕심은 자란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더 많은 것을 좋아하게 됐고, 더 많은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물론 시간이 아깝지 않을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간이 아까운데도, 붙잡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본다. 욕심을 내게 되는 사람, 욕심나는 일과 함께 하다 보면 그 답에 가까워지리라 가늠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신문사에 들어온 이유를 생각해본다.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발을 들인 신문사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물음표 앞에 서게 됐다. 이토록 많은 질문에 전부 답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지는 못한다. 다만, 내가 만난 물음표들에 답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지금도 자판을 두드린다.

김윤수 기자 kysoosyk29@skkuw.com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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