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달력의 빨간 표시, 큰 가방을 꺼내 옷가지들을 꾹꾹 챙겨 담고, 어느 때보다도 내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익숙했던 잠을 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소유물들과 잠시의 이별을 고한다. 익숙했던 장소에서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설레임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앞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은 수많은 사람 그리고 장소와 대화를 나누게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여행자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숱한 새로운 것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갗. 인도 여행자 류시화는 그의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많이 한다. 전생에 자신이 인도에 살았을 것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그는 인도 여행기를 그만의 특유의 문체로 아름답고, 신비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노 프라블럼’을 외치는 인도인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에 집착하고 살았는지 느낄 수 있다.

여행은 이렇듯 자신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하지만 타인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도 알려준다. 이런 점에서 신영복의 『더불어 숲』은 자아의 존재보다 타 사회에 대한 사상과 사념을 여행이란 경로를 통해 나타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각 여행지의 역사와 사람들의 인권, 그리고 사회문제들을 다시 우리 사회에 던지면서 앞으로 새로운 세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깊게 다루고 있다.

이렇게 여행지는 만나는 사람들 못지 않게 많은 것을 느끼게도 한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지로 삼아 다시금 문학을 접하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김훈, 박래부 기자의 『문학기행』인데, 『토지』, 『무진기행』 등과 관련된 약 70여 곳의 문학 여행지가 소개돼 있다. 이 책은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기사를 묶은 것으로 대부분 작가와 동행해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까지 느낄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여행 도중 만나게 되는 것 보다 여행 그 자체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그런 여행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인데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인 패션모델과 그의 남편인 사진작가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버스를 타고 사막을 건너 중국 그리고 다시 파리까지 횡단한다.

이 책은 남들과는 다른, 삶에서의 진정한 자유로움과 여행 중에 느끼는 가족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이 단순한 일상에 얽매어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행은 자신의 마음과 머리, 그리고 여행 그 자체에 의미를 준다. 골방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보느라 눈이 나빠져 버린 대학생들이 이런 책을 만난다면 한결 더 넓고 밝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을까.

송진향 기자 wohli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