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기에 수학적으로 복잡한 유체
전산유체역학, 정확한 연구 위해 활용돼

기자명 우연수 (daleksupreme@naver.com)

 


흐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음료수나 담배 연기 같은 액체나 기체상의 물질은 고체가 아닌 유체다. 유체역학은 이같이 운동하고 있거나 정지한 유체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지 상태의 유체는 유체 정역학의 대상이다. 기원전 3세기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부력의 원리가 대표적이다. 부력은 압력 차이로 유체에 들어간 물체를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다. 한편 움직이는 상태를 연구하는 유체 동역학은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한다. 유체가 매우 복잡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유체는 고체보다 분자 간격이 크고 분자 간 결합력도 떨어진다. 이를 고려해 유체역학에서는 유체의 분자 하나하나를 계산하는 대신 유체 자체를 연속체로 가정한다. 유체를 하나의 집합체로 봄으로써 평균적인 값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점성 또한 유체의 복잡한 특성 중 하나다. 점성은 흐름에 대한 내부 저항으로서 물엿같이 끈끈한 성질이다. 유체에 *전단응력이 작용하면 고체와 달리 유체의 내부는 연속적으로 변형한다.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는 “점성, 즉 분자 간 연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힘이 가해지는 한쪽은 움직이지만 다른 쪽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을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탄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무는 힘을 가했다가 떼면 원래로 돌아가는 반면, 커피를 휘젓던 티스푼을 빼도 커피의 흐름은 원래로 돌아가지 않고 지속된다. 이때 커피는 탄성이 적거나 없는 비탄성 유체다.

18세기에 발표된 베르누이 원리는 유체의 복잡성을 고려해 이상 유체를 상정한다. 베르누이 원리는 유체가 빠르게 흐를 때 압력이 감소하고 느리게 흐를 때 증가한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날개의 둥근 윗부분이 평평한 아랫부분보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면서 발생한 압력 차이로 날아오를 수 있다. 베르누이 원리에서 이상 유체는 실제와 다르게 점성과 밀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가정된 비점성, 비압축성 유체다. 베르누이 원리대로라면 마찰이나 에너지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그만큼 여러 조건을 단순화해 실용적인 값을 얻기 힘들다. 이후에 발표된 오일러 방정식은 이상 유체에 압축성을 반영했지만, 마찬가지로 비점성, 정상유동 등 제한 조건을 둬 한계가 있었다. 원 교수는 “비교적 예측이 쉬운 고체역학과 달리 유체역학은 수학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부탁해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qwertys@

 


 

 


19세기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는 클로드 루이 나비에의 이론을 보강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라는 혁신적인 운동방정식을 발표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오일러 방정식을 3차원으로 나타내고 실제 유체의 점성까지 고려함으로써 더욱 실제에 가까워졌다. △밀도 △속도 △압력 △점성계수 △체적력을 나타내는 이 방정식은 뉴턴의 가속도 법칙에 기반해 유체 입자의 운동과 그것에 작용하는 힘을 관련짓는다. 주된 힘은 탄성력이며 점성으로 인한 마찰력과 압력의 영향이 이와 관련된다. 또 체적력은 유체 입자 자체의 가속도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해 탄생한 것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다. 문제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세계 7대 난제로 지정했지만 일반적인 풀이법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러스트 l 유은진 기자 qwertys@

 

 






1970년대 후반 슈퍼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이하 CFD)을 통해 이 방정식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우리 학교 기계공학과 김윤제 교수는 “상업적인 디지털 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가 사용 가능해지면서 CFD가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보충했다. CFD는 편미분방정식으로 표시되는 유체역학 방정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수 방정식으로 변환해 컴퓨터로 근사해를 구하는 학문이다. 이때 방정식에 수치적으로 접근해 정확한 값보다는 오차가 있는 근사적인 해를 구하는 수치해석의 방식을 채택한다. 그 기법은 다양하지만 △경계 요소법(BIM) △유한 요소법(FEM) △유한 차분법(FDM)을 많이 사용한다. 경계 요소법은 대상의 경계만을 개별 요소로 나누는 반면 유한 요소법은 대상 전체를 유한개의 개별 요소로 나눠 해를 근사적으로 계산한다. 유한 차분법은 영역을 격자로 분할해 해를 구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공학자는 근사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오차를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문제와 관련된 경계조건을 넣거나 해석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학자가 어떻게 설정하고 입력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유동 현상과 수치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류, 그것이 문제다
난류는 소용돌이와 같은 무질서한 흐름이다. 난류에 반대되는 규칙적인 흐름은 층류라고 부른다. 자연계의 많은 현상이 크고 작은 난류로 설명된다. 난류는 △밀도 △속도 △압력 △온도 면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예측이 어렵고 수치 해석에 매우 까다롭다. 미국의 현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난류는 고전 물리학이 풀지 못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교수 또한 “층류는 연속방정식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해석적으로 구할 수 있지만 공학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은 난류에 속한다”며 난류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공간상 높은 진동수로 불규칙하게 난동하는 난류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매우 작은 계산 영역과 짧은 시간 영역을 사용한다. 여기서 메모리 부담이 가중되고 과도한 계산 시간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순간 유동장 지배방정식을 시간 평균 또는 통계적 평균 유동장 방정식으로 변환해 미소 운동을 제거한 평균 유동장을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정보를 제외하고 근사적인 평균값을 활용하는 것이다. 평균화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변수들은 난류 이론을 사용해 평균 유동 변수들과 기하학적 변수들의 함수로 모형화한다. 이러한 난류 계산 모형을 개발하는 연구가 1950년 초반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난류 모형들을 개발했다.

CFD는 혈관부터 기상예측까지 다양한 규모의 난류를 해석하는 데 활용된다. 실제 실험이 어려운 대상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값을 예측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정식에 동맥벽의 탄성을 적용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혈류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김 교수는 “큰 규모일수록 혹은 나노와 같이 작은 규모일수록 계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수치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CFD, 어디로 흘러가는가
CFD는 오늘날 △기후 △애니메이션 △의학 △자동차 △항공 등 각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독일의 전자전기 기업 지멘스는 다중 물리 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의 최신 버전 ‘STAR-CCM+ v12.04’을 출시했다. 이들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설계의 최적화를 목표했다. CFD 소프트웨어로 까다로운 엔지니어링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CFD의 발전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제품 제작을 내다보고 있다. 시뮬레이션이 없다면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고 직접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지만, CFD는 가상의 환경에서 제품을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준다. 폭발이나 화재 같이 위험성 때문에 실제로 실험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또 CFD는 보다 정확한 예측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과 해석의 편의를 위해 CFD를 통해 도출한 값이 실제에 더 가까워야 한다. 지난해 개소한 UNIST 폭염연구센터는 CFD 고해상도 기상 모델을 활용해 폭염 등 기후변화를 분석했다. 이들은 올 여름 현재 수치 예보 기술의 한계를 넘어 더욱 정확한 폭염 예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목표했다. 김 교수는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CFD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전단응력=단위면적 당 물체 표면에 평행하게 작용하는 힘.